SK글로벌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에다 이라크 전쟁 임박소식까지 겹치면서 국내증시에 투매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전쟁 발발후 반등 기대감도 희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 발발후 단기적인 반등세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와 회계투명성 등 잇딴 악재로 반등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단기에 종료되고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더라도 국내시장의 악재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연속되는 악재로 주가 급락 17일 종합주가지수는 단숨에 510선까지 추락하면서 17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5%대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금융시장 불안,이라크전쟁 임박소식,나스닥선물의 낙폭확대,D램가격 하락 등의 악재가 줄을 이었다. 장중에는 외국인·기관·개인 모두 '팔자'로 대응하면서 매수세가 실종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증권 카드 은행 등의 금융주는 투매에 가까운 현상이 빚어졌다. 삼성증권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LG 서울 대신증권이 14%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증권업종지수는 무려 11.50%나 폭락했다. 카드주가 포함된 금융업종지수도 6.8% 떨어지면서 연초대비 30%가량 밀렸다. 보험업종과 은행업종도 7%와 6% 떨어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수익증권 환매로 증권사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카드채에 대한 유동성 우려까지 번지면서 금융주에 대해 '일단 팔고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 랠리도 낙관 못해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 발발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보다 주가에 부정적인 악재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은 "이라크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심리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나마 반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보다는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HSB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 일단 개시되면 주식시장은 기술적 요인으로 지수가 15∼20% 오르는 랠리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외로 부진한 펀더멘털을 감안할 경우 중기적인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고 이 회사는 분석했다. ◆바닥 찾기는 진행중 동원증권 조 부사장은 "실제개선 없이 진행형인 북핵문제와 SK글로벌문제에서 카드채까지 이어진 금융불안 상황 등의 각종 리스크로 다른 나라에 비해 랠리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며 "당분간 지지선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렬 한투증권 연구위원도 "주식시장이 바닥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개전 후 나타나는 반등기에 추격매수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며 "반등을 이용해 주식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