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리고…뭉개고…철사가 빚은 미학 .. 로댕갤러리 존 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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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하는 존 배(66.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명예교수)씨는 용접기법을 이용해 추상작품을 만드는 조각가다.
그의 대표작인 "개꿈"(1993년작)은 얼핏보면 알루미늄이나 철판을 뭉갠듯한 다소 흉칙한 형상이지만 자세히보면 길이 1cm 가량의 철사토막을 용접으로 끝없이 이어붙인 작품이다.
철사 선이 모여 면을 이루고 그 면의 구부러짐은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작업의 진행에 따라 결정된다.
뭉개지고 구부러진 형상에는 자연스러움이 배어있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10년만에 국내 개인전을 갖는 존 배씨는 40여년간 철사로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새 영역을 구축한 대표작 20여점을 내놓았다.
"공간의 시학"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회고전 형식으로 꾸몄다.
12세 때인 1949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1963년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대의 최연소 조각과 교수가 된 이후 지금까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60년대부터 80년대초까지 대상을 점으로 축소시키고 선 면 질감을 기하학적으로 탐구하는 초기시절을 거쳐 80년대 중반부터는 대상에 몸을 맡겨 자연과의 조화를 꾀했다.
작가는 이때부터 논리성에서 탈피,동양적인 감수성을 작품에 접목시켰다.
또 다른 대표작인 "발데모사"는 면들의 비틀림 구부러짐을 통해 압력과 긴장감을 심화시킨다.
그는 90년대 후반부터 주변공간과 리듬(음악성),그리고 동양적 정서를 어우르면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제작한 "나무가 된 수탉"은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한 철사작업의 결정체라는 평을 얻고 있다.
5월 18일까지(월요일 휴관).(02)2259-778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