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을 노려라." 의료용구 전문 벤처기업 메디진(www.medigene.co.kr)의 정삼채 사장(44)이 내건 사업 모토다. 정 사장은 국내 병.의원들이 수입에 의존해 왔던 "진공혈청분리관"을 자체 개발,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특수 제작된 주사기를 혈관에 꽂아 이 주사기와 진공혈청분리관을 연결시키면 자동으로 혈액이 관 속으로 들어온다. 주사기를 꽂을 때 느끼는 통증을 한번만 참으면 여러개의 관을 번갈아 주사기와 연결시켜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얻을 수 있다. 혈액이 들어온 관은 원심분리기에 넣어 혈청을 분리한다. "19가지의 진공혈청분리관을 개발했습니다.이들 관을 이용하면 간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암 검사는 물론 갑상선 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 수치 검사,간기능 및 신장기능 검사 등 혈액을 이용한 거의 모든 검사를 대량으로 빠르게 실시할 수 있습니다." 정 사장은 지난 99년말 메디진을 창업,3년동안 7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어 진공혈청분리관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 실용신안 등 산업재산권을 20여건 출원해 이중 10여건의 권리를 확보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신흥보건대 임상병리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녹십자에서 6년간 일했다. 지난 92년 녹십자를 그만두고 외국계 의료용구 판매회사에 입사,다시 6년을 근무했다. 이 기간동안 정 사장은 1백여가지가 넘는 각종 의료용구를 판매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당시 진공혈청분리관은 미국 의료용구업체인 벡톤디킨슨이 세계시장의 7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독일 일본 이스라엘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이것을 국산화하면 연간 3백억원 규모의 국내시장과 연간 4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에서 외국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죠." 사업 초기에 정 사장은 단순히 진공관을 만들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진공혈청분리관에는 각종 국제기준이라는 장벽이 버티고 있었다. 특히 멸균과정에서 유리관이 까맣게 변색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3년동안의 연구개발끝에 국제기준에 맞는 진공혈청분리관을 개발했다. 정 사장은 "국내 한 대형 제약사가 90년대초 10억원을 들여 3년동안 매달렸지만 실패한 것을 조그만 벤처기업이 개발해낸 것이어서 기쁨이 더욱 컸다"고 개발당시를 회고했다. 메디진은 올해 1백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억원을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이고 나머지 80억원은 수출을 통해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스페인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을 시작했고 일본 및 중남미 지역에도 수출을 추진중이다. 정 사장은 진공혈청분리관에 이어 안전주사기를 두번째 아이템으로 삼고 있다. 안전주사기는 간호사들이 주사기 바늘에 찔려 각종 질병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주사기이다. 정 사장은 "안전주사기에 대해 특허와 실용신안을 각각 1건씩 확보했다"며 "2005년부터 양산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031)321-8474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