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쓰시다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다고노스케 회장에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산업전문기자가 이렇게 물어봤다. "회장님은 남들과 무엇이 달랐기에 이처럼 71개 계열사에 종업원 13만명을 거느린 세계적인 그룹을 키워낼 수 있었습니까" 마쓰시다 회장은 그의 질문에 한참 망설이다가 "저는 남들보다 2가지가 모자랐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첫째 저는 머리가 남들보다 좀 모자랐습니다.둘째 저는 몸이 다른 사람보다 약했습니다"라고 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가 남들보다 뭐가 모자란다는 건 상식적으로 얼른 이해되진 않는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중퇴학력인 그는 머리가 모자라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들에게 일을 맡겼고 몸이 약하기 때문에 힘든 일은 힘센 사람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계속해서 맡겨 나가다보니 결국 세계적인 기업그룹의 회장이 되어있더라는 거였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쓰시다 회장의 이 얘기를 항상 명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을 찾아가보면 사장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하려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장이 무지하게 바빠한다. 경리에서 영업 그리고 수출까지 직접 뛰지 않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한자리에 그냥 앉아있지 못한다. 이런 사장이 경영하는 기업은 한때는 잘 돌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장의 숨이 가빠 보인다. 사장이 헉헉대면 결국 기업도 헉헉댄다. 이에 비해 사장이 일을 잘 맡기는 기업은 처음엔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차츰 활기를 더해간다. 왜냐하면 사원들은 사장이 자신을 믿어준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이다. 김양수 사장이 경영하는 청우이엔이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아무리 작은 식당을 하나 경영해도 일을 잘 맡길 수 있어야 성공한다. 누구를 주방에 둘 것인지 계산대에 둘 것인지 서빙을 맡길 것인지 사장이 판단해야 한다. 기업에선 결코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장은 누구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양웅섭 아이디어파크 사장은 유능한 사람을 찾아내 적합한 일을 맡기는데는 귀재다. 그동안 기자가 만나고 사귀어본 사장들가운데 성공한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나는 인덕이 많다"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거꾸로보면 인덕이 많다고 자주 말하는 사장은 성공하는 셈이다. 최염순 카네기연구소 대표는 인덕을 자랑하는 기업인일수록 성공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에 비해 간혹 "우리 회사 사원들은 다 돌대가리"라고 하는 기업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기업인을 만나면 속으로 "저 회사도 멀리가진 못하겠구나"라며 걱정한다. 사장보다 똑똑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회사가 잘 될 턱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무조건 인덕이 많다고 외치기만 한다고 잘 되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인재를 잘 뽑아야 한다. 보통인재를 뽑아 잘 훈련시키는 것보다는 처음에 좋은 인재를 뽑아 훈련을 시키는 게 낫다는 것이 성공한 기업인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친했던 한 중소기업인에게 들은 얘기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사원은 서로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한 그 중소기업인은 정주영 회장에게 현대그룹 대졸신입사원 면접시험장에 한번 들어가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혹시나 현대그룹에서 탈락된 대학생 가운데 자기기업에 쓸만한 사람이 없을까 살펴본 뒤 그를 채용하겠다는 욕심에서 그렇게 했다. 그 중소기업인은 현대그룹 신입사원 면접시험장에서 자기 회사에 적절한 인재를 점찍었다. 그리고 합격자 발표장에 그 명단을 들고 찾아가 봤다. 그는 합격자 발표장에서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자신이 점찍었던 사람은 단 한사람도 빠짐없이 현대그룹의 신입사원으로 합격했더라는 것이다. 이후부터 그는 인재를 연수시키기에 앞서 잘 뽑는 일에 더 힘을 쏟았다고 한다. 우선 일이 급하다고 아무나 채용했다가 곤욕을 치룬 기업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채용했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한시바삐 퇴출시키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장은 회사내의 불평불만 세력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구성원의 18%는 반발세력이라고 한다. 1백명이 근무하는 기업이라면 적어도 18명은 반발세력이라는 것이다. 사장이 너무 이 반발세력에 신경을 쓰다보면 회사가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것. 참 묘한 것은 반발세력 18%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퇴사시키면 어김없이 또 18%정도의 반발세력이 다시 생성한다. 따라서 사장은 반발세력 18%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기보다는 사장보다 앞서가는 5%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한영재 DPI 회장은 앞서가는 사원들의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기로 유명하다. 자, 여기서 인재경영의 성공조건을 다섯가지로 요약해보자. 첫째 일을 맡겨라. 둘째 누가 최선의 책임자인가를 판단하라. 셋째 "나는 인덕이 많다"고 얘기하라. 넷째 떡잎을 보고 채용하라. 다섯째 앞서가는 5%의 얘기를 들어라.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