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들의 '부동산 이야기'] "큰손 해외부동산투자 거의 안해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중은행의 잘 나가는 PB인 L씨는 최근 사석에서 "요즘 '큰손'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한다던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북한 핵문제 등 대외여건과 새 정부 출범 등으로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달러나 해외 국·공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부동산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게 질문의 요지다.
L씨에게 질문을 한 사람은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다더라"며 그럴듯한 사례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일반인들의 '오해'는 말 그대로 오해에 불과하다는 게 일선 PB들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김성엽 재테크팀장은 "부자들이 외국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투자에 옮기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해외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힘든 데다 외환관리법상 들고 나갈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골드클럽 임동하 부장은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동조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부동산값이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며 "해외 부동산을 매입해봤자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데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설령 경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국내법상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 구입이 쉽지 않다"고 PB들은 설명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내국인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해 들고 나갈 수 있는 돈은 30만달러(약 3억6천만원)로 제한돼 있다"며 "이 정도 금액으로는 의미있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을 가진 거부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적정 수준의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 자연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국가의 상업용 빌딩을 매입하는 사례가 북한 핵문제 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말 이후 부쩍 늘었다고 한다.
A은행 K부장은 "교포 고객들의 경우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까지 불안심리가 내재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하고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가 꽤 늘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