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는 평화의 기운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바깥의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의 평화를 위해서는 나와 우리 안의 평화를 먼저 가꿔야 합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수행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이끌며 전세계의 '영적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는 틱낫한 스님(77)이 18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던진 첫마디다. 회견장에 마련된 단상에 가부좌를 하고 앉은 그는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된 회견 내내 꼿꼿한 자세와 인자한 웃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펴보였다. "부시 대통령이나 블레어 총리는 정치적인 면에서는 단련이 됐지만 평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수행이 안 된 분들입니다. 저는 정치적 행위와 삶에도 정신적 측면이 부여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기 안에 화와 두려움이 가득한 사람들이 나라와 집단을 평화롭게 이끌 수 있겠습니까." 그는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시작하면 멀지 않은 날에 다른 전쟁과 고통이 미국에 돌아갈 것"이라며 베트남 전쟁의 예를 들었다. "남북한은 어머니가 같은 형제이므로 전쟁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형제로서 남한이 먼저 '싸우지 말자.우리는 형제이며 어떤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보호해 주겠다'고 자비롭게 천명해야 합니다. 남북한 사람의 가슴에 깃들어 있는 형제라는 '씨앗'에 물을 줄 수 있다면 한반도에 평화를 싹틔울 수 있을 것입니다." 회견 도중 시자가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은 그는 자신의 수행법인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마음챙김)'를 거듭 강조했다. "운전을 하든 밥을 먹든 설거지를 하든 지하철을 타고 가든 항상 마음을 챙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한 잔의 차를 마실 때도 마음을 챙기면서 마신다면 그 순간 그윽한 깊이를 더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틱낫한 스님은 "불교는 살아 있는 실체이므로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에서 온전히 깨어 있는 것이 수행의 정수"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입국한 그는 다음달 4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환경과 영성,평화를 주제로 자비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글=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