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守成)만으로는 일류가 될 수 없습니다." 포스코의 새 사령탑에 오른 이구택 신임 회장은 향후 경영방침을 이같이 요약했다. 전임 유상부 회장이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했다면 신기술 개발과 영업력 확대라는 정공법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중국본부를 신설했다. 적극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뜻을 천명하는 한편 그 첫 카드로 중국시장을 택했음을 대내외에 밝힌 셈이다. 그는 "투자이익의 현지 재투자를 통해 중국 철강업체와 상생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지 포스코의 중국 투자 규모는 12개 법인에 6억4천만달러. 이 회장 취임으로 포스코의 중국사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그는 "중국 철강업계와 유대를 강화하고 투자법인의 현지화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강판 등 전략제품의 판매기반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신일철,중국 상하이바오강과 공동 추진 중인 중국 산시성내 탄광개발 사업 등 다국적 프로젝트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회장에게는 공격적 영업 못지 않게 포스코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는 "시장전략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기술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6대 전략과제중 하나로 추진 중인 제품 경쟁력 강화는 특히 중국 등 후발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체제를 구축할 뜻도 밝혔다. "중국의 연간 철강소비량은 매년 3천만t씩 증가하고 있습니다.이는 포스코의 연간 생산량 2천8백만t을 능가하는 숫자입니다.5∼6년 후 중국의 고도성장이 정체되는 시점은 세계 철강업체들에는 재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중·일 3국간 협조를 통해 자율적인 생산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내수업체에 대해서도 균형잡힌 정책을 펼 생각이다. 그는 "1차 원료제공자로서 포스코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철강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무관세가 실시되면 국내업체들의 생존기반이 극도로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이같은 국내외 과제를 얼마나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