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합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 '확실한' 유엔 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8일 채택된 1차 유엔결의안(1441호)에는 '위반시 심각한 결과(serious consequences)가 초래된다'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 문구가 무력사용 승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통상 안보리가 무력사용을 승인할 때는 '필요한 모든 수단(all necessary means)'이라는 표현을 쓴다. 국제법상 무력사용이 인정되는 경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있을 때와 △자기방어를 위해 필요할 때 등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차 유엔결의안만으로 이라크 침공의 합법성은 갖춰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피터 골드스미스 영국 법무장관은 17일 영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1차 유엔결의안은 국제평화 및 안전회복 목적을 위해 무력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미·영의 이라크 공격이 합법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이 결의안 1441호를 통해 이라크에 '무장해제의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헬런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심하다"고 언급,전쟁 후 이 문제가 국제 이슈가 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데 반해 법조계에서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니콜라스 그리프 영국 버니마우스대 법학대학원장은 "무력사용은 군사공격을 당했을 때 자위권 차원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1차 결의안만으로 유엔이 무력사용을 허용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진단한다. 콜린 워브릭 영국 더햄대 법학교수도 "유엔 승인 없는 이라크 공격은 유엔헌장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전장의 군지휘관뿐만 아니라 전쟁 명령을 내린 민간인 지도자도 전범으로 처리될 수 있다"며 전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