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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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유행어가 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말이 생겨나기도 하고 전부터 있던 말이 전혀 달리 통용되기도 한다.
"개미"가 소액투자자를 지칭하고,"엽기"가 끔찍함이 아닌 기발함의 표현으로 여겨지는 식이다.
요즘 우리 사회 최대 유행어인 "코드(code)"도 그중의 하나다.
사전적 뜻은 "사회나 계급 직업에서의 규약이나 관례"(드레스코드의 코드) "정보 표시를 위한 기호"(윈도XP 코드명은 휘슬러의 코드)등이지만 근래 국내에선 다의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로 바뀌었다.
유행어의 속성이 그렇듯 "코드"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문화코드에서 근대코드 사회적코드 유행코드 인기상품코드 유머코드 흥행코드 개혁코드에 이르기까지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정체성 상징 부호 등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는 것같지만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헤쳐 모여야 한다"고 할 때의 "코드"는 "배짱이 맞다" "마음이 통한다" "성향이 같다" "호흡을 같이하다"의 배짱 마음 성향 호흡과 같은 뜻인 듯하다.
동일 사안에 대해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공감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코드가 맞으면 이심전심, 입 밖으로 소리내지 않아도 상대의 생각을 읽고 알아서 처리하거나 대신 말해줄 수도 있다.
실제 오래 알고 지낸 사람끼리는 어느 순간 같은 말이 튀어나오는 수도 흔하다.
발상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모든 만남에 코드의 일치 여부가 중요한 것도 그래서일 터이다.
그러나 코드가 너무 잘 맞으면 아무도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세상 모든 일엔 한가지 자(尺度)만으로 재단하거나 측정할 수 없는 다양한 면이 있는데 시각과 가치관이 너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있으면 자칫 한쪽 면만 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때로는 적이 던진 비수같은 한마디가 생각하고 싶지 않던 사실을 냉정하게 보게 하는 천금같은 조언이 되기도 한다.
흔히 "성격이 반대인 부부가 잘산다"고 하는 건 잔소리를 통해 상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조직을 운영하려면 때로 코드가 다른 사람도 필요하다.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야 어떤 현상이건 한번쯤 재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코드만 강조하면 침대에 키를 맞추려던 프로크루스테스가 될 수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