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금수 대상 중앙연구소장(51)은 20여년간 연구소에서 잔뼈가 굵은 식품업계 연구개발(R&D) 베테랑이다. 특히 미생물과 발효 분야에 해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학위(생물공학 전공)를 받은 그는 지난 76년 대상과 인연을 맺었다. "발효부에서 5년 남짓 근무한 후 82년부터 올해까지 21년째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대상의 기술력이 성장해 온 과정을 줄곧 지켜본 셈이지요." 한 소장은 "사업 초창기에는 일본으로 부터 기술을 들여오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국내 식품·발효 사업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 못지 않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상 기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지난 80년대 초 핵산조미료 개발에 얽힌 일화를 털어놨다. "국내 경쟁업체와 누가 먼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핵산조미료를 내놓는가를 두고 관심이 무척 높았던 때입니다.조금이라도 먼저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비상이 걸렸었지요.밤샘 작업 끝에 경쟁사보다 하루 먼저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한 소장은 "시험생산된 핵산 조미료를 밤낮없이 혀 끝에 대 보고 품질관리를 하느라 한동안 밥맛을 잃어버리기도 했다"며 "숨가쁜 경쟁 속에 극비작업을 하면서도 짜릿한 승부의식을 느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당시 7㎏짜리 핵산 조미료 한 부대 값이 포니 자동차 한 대 값과 맞먹을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대상의 중앙연구소는 신기술 개발은 물론 기존 기술을 활용한 응용제품 개발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전분 사업의 경우 옥수수 전분의 접착성을 이용,일반 접착제에서 반도체 등 첨단 생산현장에 사용되는 고급 접착제에 이르는 20여가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응용제품을 개발하는 게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 소장은 '전문분야 역량강화'라는 회사 경영목표에 맞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발효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전분시장이 일부 개방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부가가치를 더욱 높인 아미노산과 식품가공용 전분 생산으로 맞대응해 나갈 생각입니다." 한 소장은 유해물질에 대한 국내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대비,저절로 녹는 식품 용기 등 생분해성 소재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