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풍'으로 불리는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을 서울지검으로 압송해 밤샘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지난 97년 대선 때 국세청 등을 통해 모금된 1백66억7천만원 중 이씨가 개입한 의혹이 있는 1백17억여원의 모금 경위와 모 건설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5천만원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뒤 20일중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후원회 조직인 '부국팀'이 대선자금 모금을 공모했는지 여부와 모금 관련 내용에 대해 이 전 총재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 또는 보고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이씨 관련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한 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전반적인 '세풍' 관련 수사계획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위해 99년 '세풍' 수사 때 대검 연구관으로 수사에 참여했던 이충호 대전지검 특수부장을 파견 형식으로 지원받아 주임검사로 임명했으며,이두봉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를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했다. 한편 이날 미국 도피후 4년7개월만에 국내로 송환된 이씨는 인천공항에서 대기중이던 기자들에게 "평생 공직자로 일하다 사려깊지 못한 판단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검찰에서 모든 것을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98년 8월 검찰이 동아건설의 재산 해외은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동아건설이 임채주 전 국세청장의 요청으로 한나라당에 대선자금 5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자 같은달 22일 미국으로 도피했으며, 작년 2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검거돼 그동안 범죄인 인도재판을 받아 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