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안무가 마츠 에크는 "발레를 가장 급진적으로 발전시킨 인물"(영국 가디언지)로 불린다. 그는 고전발레의 추상적이고 우아한 형식을 부수고 인간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독창적인 무용동작들을 개발해 세계무용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런 그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마츠 에크가 이끄는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이 "백조의 호수"로 오는 4월3일부터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한국팬들에게 처음으로 인사한다. 쿨베리 버전의 "백조의 호수"는 고전발레와 마찬가지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사용하고 동화적 이야기 구조를 유지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는 전혀 다르다. 예컨대 백조 "오데트"는 지금까지 관객들이 보아오던 아름답고 우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비록 예쁘지는 않지만 강한 개성과 열정을 가진 건강하고 발랄한 아가씨로 나온다. 이에 비해 지그프리트 왕자는 어머니의 과보호를 받고 자란 연약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는 마법에 빠진 백조를 구해내는 보호자로서의 강인한 남성이 아니라 백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고 애쓰는 의존적이고 감성적인 남성이다. 마츠 에크는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무대,안무에서도 색다르고 독특하게 접근한다. 지그프리트 왕자를 제외하면 모든 등장인물들은 대머리로 출연한다. 또 날씬한 여성무용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백조"들은 사라지고 남성.여성 무용수들이 함께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다리를 드러낸 채 춤을 춘다. 이들은 비트는 듯 움직이고 무릎을 구부린 자세로 뒤뚱거리며 머리를 흔들어 대는가 하면 소리를 지르고 깔깔 웃기도 한다. 이런 파격적인 안무와 연출은 고전발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과 유머,풍부한 극적 표현력을 뿜어낸다는 평가다. 이런 파격때문에 "백조의 호수" 초연당시에는 평론가들이 공연중에 극장을 떠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츠 에크는 ""고전"이란 너무 유명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가두는 것"이라며 "나에게 "고전"은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할 무엇"이다.나는 그저 내방식대로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02)2005-0114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