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생기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꽃잎에서, 푸르름이 물드는 나뭇잎에서, 소녀들의 화사한 옷차림에서... 하지만 아직은 이른 맛이 있다. 열정을 맘껏 느끼기엔 '동장군'의 막판 심술도 여간이 아니다. 겨울의 시림을 지우고 남보다 한발 먼저 여름을 느끼고 싶다면 괌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보면 어떨까. 괌이 주는 첫 선물은 천연 그대로의 자연이다. 까마득히 한줄로 늘어선 에메랄드빛 바다,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우윳빛 백사장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머리속이 맑아진다. 일상을 벗어던진 이 기분을 한층 더 만끽하고 싶다면 곧바로 해변으로 달려가자.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신나는 이색 해양스포츠가 기다리고 있다. 그 중 백미는 시워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그 속을 누빈다니. 공기가 주입된 헬멧을 쓰고 바닷속을 조심스럽게 걷다보면 어느새 형형색색의 물고기떼에 둘러싸인다. 내가 바닷속에 들어온 건지 아니면 온 세상이 바다가 돼버린 건지 그저 어리벙벙할 뿐이다. 가격은 미화 85달러(어린이 75달러). 시워커 후 남는 아쉬움은 스노클링으로 달랠 수 있다. 괌의 크기는 제주도의 3분의 1이지만 볼거리는 꽤 풍부하다. 국내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명소 가운데 하나는 '사랑의 절벽'이다. 원주민인 차모로족 연인이 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절벽에서 머리카락을 묶고 함께 떨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러 온 전세계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 절벽 옆에 위치한 성당에선 일본인 결혼식이 잦다. 2차대전 당시 탈영해 숨어 지내다 28년만에 발견된 일본 병사 요코이가 살았던 정글, 스페인 통치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는 스페인 광장, 수도인 아가나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가나 전망대, 괌 최대의 가톨릭 성당인 아가나대성당도 이국적 향기를 풍긴다. 호텔이 밀집해 있는 투몬베이 지역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유명하다. 아웃리거 호텔 바로 옆에 자리잡은 면세점 DFS갤러리아는 고급 명품에서부터 토속 기념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건이 관광객을 맞고 있다. DFS갤러리아 옆엔 다양한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게임웍스(1일 패스 35달러),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쇼와 마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극장식 레스토랑인 '샌드캐슬'(85달러)이 네온사인을 밝히고 있다. 해변에서 멋진 석양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고 싶다면 다이치 호텔의 선셋 디너 바비큐나 니코 호텔의 원주민 디너쇼가 제격이다. 빨려들 듯한 푸른 바다와 생기 넘치는 해양스포츠, 그리고 신나는 쇼핑과 오락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며칠간의 여행이 훌쩍 지난다. 괌=탁학연 기자 t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