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20일 시민들은 대부분 이번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라크 다음으로 한반도가 위험하다는 루머 등이 나돌면서 잔뜩 위축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증권사 객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이날 오전 서울시내 주유소들과 할인매장 등 상가에는 평소와 비슷한 규모의 손님이 드나들었고 전쟁으로 인한 사재기 현상 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 외화예금 등에 대한 문의는 더욱 늘어났다. 광주 하나은행 임채정 지점장은 "달러 보유나 저금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B은행 박현호 전략기획팀장은 "손님들 가운데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 아닐까 하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종엽씨는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안좋은데 경기가 더 나빠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학원강사 심우철씨는 "SK그룹 수사, 검찰 인사 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전쟁까지 나 정신이 없다"며 "경제마저 어려워 이러다 다시 외환위기를 겪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윤예희씨는 "일주일에 세 번은 고1인 딸 아이를 강남 대치동에 있는 학원에 차로 데려다 주는데 기름값이 학원 수강료보다 더 나가는 것 같다"며 "전쟁이 길어지면 유가가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사민씨는 "당장 주가가 급락하고 기름값이 오르는 등 상당한 시일 동안 국내 경기가 침체될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 무기가 발견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명분 없는 이번 전쟁은 빨리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상섭 교수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전쟁 발발 우려에 따른 유가 급등이나 기업들의 위축된 투자심리 등 불안요인이 해소돼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장기전이 될 경우에는 심각한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