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2:13
수정2006.04.03 12:15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당시,미국 가수 밥 딜런이 부른 '바람에 실려(Blowing In the Wind)'는 반전 운동 가요로 각광을 받았다.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요"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반전 시위대들의 정서를 파고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상상해 보자"는 영국 가수 존 레넌의 '이미지(Image)' 역시 반전운동가들이 외쳐 부른 노래였다.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30여년전 베트남 반전운동의 불씨를 지폈던 이 가요들이 다시 메아리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위에는 으레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따르게 마련인데 이들 노래에는 가수의 예술적 영감까지 깃들여 있어 시대를 건너 뛰어 애창되는 것 같다.
운동가요는 또한 시위대의 응집력을 모으는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이라크전쟁에 대한 반전시위는 베트남전 때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수단의 발달로 반전시위의 응집력이 엄청나게 강화된 것이다.
시위대의 규모가 베트남전 당시에는 학생 및 지식층을 중심으로 수만명에 불과했으나,이제는 중·고등학교 학생과 노인,가정주부 등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석학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직업파괴가 일어나면서 수십만명에 이르고 있다.
'사이버 반전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인터넷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로 어떤 운송수단을 이용해 집결하라는 정보교환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반전운동의 형태도 인간방패 퍼포먼스 연극 콘서트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기도 하다.
베트남전쟁시의 반전운동은 전쟁의 참상이 TV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격화됐다고 본다.
그러다 지금 우리가 안방에서 마치 전쟁을 게임이나 불꽃놀이 정도로 시청한다면 정말로 불행한 일이다.
전쟁은 또 다른 분쟁을 낳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최악의 일이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