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井 지켜라".. 이라크軍 고의 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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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이 최대 30개의 남부지역 유정에 고의로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합군에 비상이 걸렸다.
유정이 파괴될 경우 이라크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이용해 막대한 전후 복구비용을 조달하려던 당초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21일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오늘 아침 국방부 청사를 떠나기 전까지 보고받은 것을 종합해 볼 때 최대 30개의 유정이 방화로 불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훈 장관은 "이라크 측이 남부지역 수백개 유정 곳곳에 방화할 것으로 우려했는데 방화 정도가 소폭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정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라크의 방화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메르 라시드 이라크 석유장관은 "유정의 화재는 미군의 폭격에 따른 것"이라며 고의 방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연합군측은 지난 91년 걸프전 때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면서 7백여개 유정에 불을 지른 전례가 있는 점을 감안,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정이란 석유가 매장된 유전지대에 시추공을 뚫어 원유를 뽑아 올리는 곳으로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땅에서 솟아오르는 원유와 시추시설이 불타 없어진다.
이럴 경우 원유 생산은 시추시설이 복구될 때까지 중단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야기된다.
또 화재를 진압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라크의 경우 유정이 쿠웨이트의 두 배에 이르고 내륙지역에 밀집해 있어 방화로 입을 수 있는 피해는 91년 걸프전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 특수부대가 이날 바스라 인근 알포 반도에 우선적으로 투입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알포 반도는 걸프만으로 통하는 이라크의 유일한 접근로이자 유조선 선적시설과 석유 공급센터가 위치해 이곳을 장악할 경우 유정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