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발발과 함께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자 대기업 총수들도 해외출장을 자제하고 국내에 머물면서 위기관리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그룹 총수들은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이후 대부분 국내에 머물면서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대응책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총수들은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여전하고 경기 불투명이 계속되는데다 이라크전 등으로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섬에 따라 해외보다는 국내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재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뒤 계속 국내에 체류하며 재벌정책 동향과 경기상황 등을 챙기고 있다. 이 회장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실장으로 부터 수시로 이라크 전쟁 등을 포함한 주요 경제상황, 직원 대피상황 등을 보고받고 있으며 주재원들의 안전확보, 전쟁후 대응방안 등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구본무 회장도 연초부터 계속 국내에 머물면서 LG의 지주회사화 작업과 연구개발 투자 및 이라크 사태 등에 따른 경제위기 타개방안 등을 점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경기도 평택 LG생산기술원에서 `2003년 전자부문 사업.기술 전략회의'를 주재, 연구개발 투자를 예정대로 강행키로 하는 등 부쩍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이라크 전쟁 등에 따른 위기관리를 지휘하고 있다.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은 2월초 미국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신차 발표, 위기관리를 위한 판촉강화, 경비 및 에너지 절감 등의 비상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SK의 손길승 회장은 검찰 수사에 따른 위기상황을 수습하고 이라크 전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며, 코오롱의 이웅렬 회장, 효성 조석래회장 등도 국내에서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교류협회 회장을 맡고있는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한.미관계 개선 등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 이후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내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는 이라크 전쟁에 따른 대책 뿐 아니라 재벌개혁, 경제위기 등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