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의 전쟁이 시작된 다음날인 20일(미국 시간).뉴욕 맨해튼 42번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길목에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이 만나고 있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중재로 만난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이들과 함께 어울려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브로드웨이의 한 뮤지컬 극장이 매표소 앞에 실물 크기로 만들어 놓은 밀랍인형.전쟁이 터지면서 관람객이 줄어들자 극장측이 '고객유치'를 위해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뮤지컬공연 관람객수는 뉴욕경기를 가장 쉽게 알려주는 바로미터.평소 같으면 타임스퀘어의 할인티켓 판매소에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30~40?의 긴 줄이 늘어서 있지만 이날은 전쟁여파로 한산하기만 했다.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증권시장은 주가가 7일 연속 상승하는 등 '전쟁랠리'를 구가하고 있지만,실물사이드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 관광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물론 광고 자동차등 전 산업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축제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예정대로 일요일인 23일 저녁에 열린다. 하지만 주최측은 행사에 앞서 배우들이 패션쇼를 방불할 정도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시상식에 들어가는 식전행사는 취소하기로 했다. 매년 행사장 입구의 붉은 카펫위에서 열려 '붉은 카펫'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이 행사는 배우들이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고 나오기 때문에 그해의 패션흐름을 예고해주는 '살아있는 패션쇼'로 불린다. '붉은 카펫'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패션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좋은 디자인을 무료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물론 의류업계의 이른바 '오스카 특수'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전쟁이 터지자 기업들이 잇따라 광고를 중단하고 있다. 방송계의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매스터카드는 이날 "모든 매체의 광고를 앞으로 1주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P&G등이 48~72시간동안 광고중단을 요청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2주~3개월간 광고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23일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갑작스런 광고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매스터카드 광고담당부사장인 엘리사 롬은 "부드러움을 강조한 기존 광고가 전쟁보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광고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에서 가장 큰 비중(생산의 3.5%)을 차지하는 자동차업계는 전쟁발발로 긴 한숨을 짓고 있다. 업계는 올 2월 1천5백40만대가 팔려 월별기준으로 지난 4년동안 두번째로 나빴으나 3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2분기 생산을 17% 감소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폭의 감소다. 딜러들은 "지금까지 해온 0% 이자율 전략도 더 이상 먹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육동인 뉴욕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