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외화차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이 외화대출을 동결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립했던 비상계획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부 은행들은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해 해외은행에 국고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외화를 긴급 조달하는 한편 외화수신을 늘리기 위해 예금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중·장기(만기 1년 이상) 차입규모는 국민은행 3억1천5백만달러,우리은행 2억5천만달러 등 총 12억4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은행들의 신용한도(크레디트라인)가 최근 동결되면서 일부 은행의 경우 단기로 돈을 빌려 중장기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외화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자체 비상계획에 따라 '주의' 또는 '경보'단계에 돌입,외화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신규 외화대출을 중단 또는 대폭 축소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국내외 영업점이 3백만달러 이상의 외화대출이나 기한부 수출환어음 매입을 취급할 경우엔 반드시 국제금융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거액 외화자금 운용을 사전에 차단하고 외화대출시 가능한 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산업은행은 이라크전쟁의 조기종결 여부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해외지점의 외화수급 상황을 매일 점검하는 한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외화유가증권 등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오는 6월 조기상환키로 했던 10억달러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차입금도 상환을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국고채 등 채권을 해외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빌려오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을 통해 3억∼4억달러의 외화를 신규 차입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외화대출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 거래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존 외화대출을 원화대출로 바꾸도록 권고하고 있다. 은행들은 또 저가의 외화수신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외화예금 금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외화 예금금리를 영업점장이 자율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5월말까지 최고 0.4%포인트의 우대권한을 영업점에 부여했다. 조흥은행도 최근 외화 예금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으며 예금건별 상담을 통해 예금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조만간 영업점장에게 우대권한을 부여하는 형태로 예금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중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