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고위관료의 잇달은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발언으로 한반도에 불안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북핵 문제가 수그러든 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던 우리 정부는 이라크전 발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전력감축 및 후방이전 문제가 자꾸 언급되자 난감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관료의 사실상 공식적인 발언은 다음달부터 논의가 시작될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한·미동맹 재조정 테이블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1일 "한국내 반미감정과 이에 따른 한·미동맹 재조정 논의에 일종의 역공을 가하는 모양새로도 분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7일 사전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한·미동맹 재조정 문제를 다음달부터 내년까지 진행하되 오는 9~10월 서울에서 열릴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 상당히 진전된 내용을 보고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일련의 미국측 발언은 구체적이고 이례적이다. 물론 7천명 감축이라는 수치는 90년대 초부터 거론됐지만 본격적인 한·미협의 시작 시점인 4월을 코앞에 두고 다시 나와 주목된다. 그간의 관측에 따르면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우선 의정부와 동두천에 주둔한 2사단 1만5천명의 주축인 2개보병 여단중 1개 여단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1개여단 병력 3천5백여명과 이와 연계된 미8군 소속 일부 지원부대 병력을 감축시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측은 또 2사단의 나머지 1개 보병여단에 대해서도 현재 주둔 위치인 의정부,동두천 등 전방지역에서 평택,오산 등 한강 이남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8일 한국 특파원과의 기자회견에서 "노동·스커드 미사일 시대에 기계적인 인계철선(Trip wire) 개념은 잘못된 것"이라며 "미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미국측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가 수그러든 다음에 주한미군 재배치를 본격 논의하자며 협상속도 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조영길 국방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미군 철수나 감축을 원하지 않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국방위 여야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같은 입장을 낸 바 있다. 국방부가 이날 미 국방부 대변인의 주한미군 7천명 감축발언 보도에 대해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신속하게 해명성 부인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