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자들만의 세상인 것 같은 인도엔 우리가 모르는 낯선 나라가 또 있다. 인도라는 이름은 분명 같지만 마치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열고 들어간 것처럼 신비롭고 호사스런 세상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찾아가는 사람도 마하라자처럼 대접받고 돌아올 때까지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몽환적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두 가지 코드,최고급 호텔들과 궁전호텔(헤리티지 호텔)들을 찾아가 본다. 인도여행의 핵심 코스인 골든 트라이앵글. 행정수도인 델리(Delhi)에서 힌두와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자이푸르,타지마할로 이름난 아그라로 이어지는 이 황금 코스는 인도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들이다. 이 대도시엔 헐벗고 굶주린 인도의 모습 외에 상상을 초월하는 화려하고 웅장한 특급 호텔들이 즐비하다. 인도의 대도시들은 저마다 뿌연 공해와 먼지 일색이다. 달리는 차의 창문을 열면 한 겨울에도 훅한 기운과 매캐한 매연냄새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온다. 그리고 시내는 온통 탈 것들이 어지럽게 난무하는 혼돈의 세상이다. 자전거 릭샤와 오토릭샤,자동차,버스 같은 문명적인 탈 것에 낙타와 말이 끄는 수레와 하릴없이 돌아다니는 소들의 무리까지 더해 그야말로 교통 지옥을 연상케한다. 게다가 수억 인구의 인도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런 모습도 몇몇 지역의 문을 들어선 순간 갑자기 일변하게 된다. 우선 수도인 델리엔 최고급 호텔과 화려한 궁전,귀족들만 쇼핑하는 특별한 공간들이 즐비하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임페리얼 호텔(The Imperial New Delhi)이다. 마치 주인의 부유함을 과시하듯 호텔 전체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지어진 이 호텔은 차라리 궁전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외관은 옛 인도 왕국의 전통적인 스타일로 마감되어 있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식민지 시대에 이곳을 지배하던 빅토리아 왕조의 궁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고급스런 앤틱 가구와 값비싼 페르시안 카펫,크리스탈 샹들리에. 그뿐이 아니다. 호텔 주인이 전세계에서 수집한 예술품들이 마치 갤러리처럼 복도를 메꾸고 있다. 각 객실 내부엔 뱅앤 올슨과 같은 최첨단 오디오,텔레비전이 갖춰져 있어서 유럽 최고의 호텔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마치 오래된 하인처럼 그림자같이 움직이는 종업원들의 서비스와 친절한 매너는 누구든 이곳에 들른 손님을 마하라자처럼 영접하는 호텔 특유의 서비스 마인드를 읽게 해준다. 이 호텔에서 느낀 기분은 인도의 다른 지역들을 돌아다닐 때도 계속된다. 타지마할이 있는 인도 최고의 관광지인 아그라(Agra). 이곳에도 극상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호텔들이 즐비하다. 그중 오베로이 그룹의 아마르 빌라스(Amarvilas/www.oberoihotels.com)를 꼽을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리조트 그룹인 오베로이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롬복에도 리조트를 갖고 있지만 역시 인도에 있는 리조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신기루처럼 다가오는 이 신비로운 리조트는 전 객실이 타지마할을 바라보게끔 설계되어 있다. 디럭스,수페리어 디럭스,이그제큐티브 디럭스로 이루어진 객실들(105개)은 아름답고 기품있는 인테리어와 매일매일 바뀌는 화려한 플라워 장식까지 그야말로 생동감있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이곳의 스파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The Leading Small Hotels of the World' 회원사이다. 인도엔 마하라자가 살던 궁전들을 호텔로 개조한 훌륭한 숙박시설들(Heritage Hotels)이 많다. 주로 외국관광객들이나 부유한 인도인들이 이용하는 이 궁전호텔들은 옛 궁전스타일의 서비스를 고수한다. 체크인과 더불어 터번을 두른 종업원들이 옛날 마하라자를 영접하듯,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짐을 머리에 얹어 나른다. 그리고 그야말로 손가락 까딱않고 방안에서 모든 호사를 부릴 수 있다. 그래서 이 독특한 스타일의 궁전호텔들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옛날 마하라자의 호사스러움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궁전호텔로는 자이푸르의 사모드(Samode/www.samode.com)호텔을 꼽을 수 있다. 골든 트라이앵글로 대표되는 인도 여행은 경험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단 열흘만의 시간으로 이 특별한 세상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인도엔 두 종류의 여행자가 움직인다. 마하라자처럼,아니면 순례자들처럼. 어느 쪽을 택하든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을 밟고 돌아오는 것은 분명하다. 글=이유진 [ Travel tips ]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자이푸르까지는 델리까지 직항하는 아시아나 항공(02-669-8000/8시간 30분 소요)을 이용,도착후 차량으로 이동(약 5시간 30분)하면 된다. 일본이나 홍콩을 경유하는 에어인디아(02-752-6310)도 운항되고 있으며 인도 국내에선 제트 에어웨이즈,사하라 인디안 에어라인즈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여행정보= 인도정부 관광국 www.tourismofin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