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끌어왔던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재테크 시장도 급속히 전시체제에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상품보다는 단기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중부동자금이 3백조원을 넘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전쟁발발 이후 새로운 변화는 전쟁기간이 얼마나 이어질 지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될 경우 증시로의 자금흐름 창구가 뚫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으로 증시흐름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문제는 대부분 금융기관들의 채권보유 정도가 적정수준을 넘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국제금융기관들이 이 점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과거 전시증시 체제에서 주식에 대한 매력도가 증가하면 군집 현상과 앞말이 뒷말을 끌어주는 밴드 웨건(band wagon)효과가 발생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쟁이 단기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채권시장에서는 덤핑현상이 일어나면서 시중금리가 급등하는 반면 주가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을 예고해 준다. 증시 내부적으로는 전쟁에 따라 업종별로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 발발이후 보험과 보안 업종은 뜨는 대신 항공업종은 부진하다. 9.11테러 이후 미국증시를 중심으로 세계증시의 모습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도 일정한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쟁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환율 추이를 본다면 단기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 미 달러화 가치가 회복되고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면 곧바로 약세로 반전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결국 전쟁이후 재테크 변수들은 경제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변수들에 재테크 생활자들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라크 전쟁이후 대부분 금융시장은 거래량이 크게 위축되면서 깊이가 엷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런 여건은 헤지펀드들이 활동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특히 국내외환시장에서 해지펀드들에 의해 환(換)투기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과 외환정책 당국자들은 이 점을 예의 주시해서 외화를 운용하거나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이 발생된 이후 미국 국민들을 중심으로 국가와 경제안정을 위해 극도의 이기주의 행동은 자제하면서 스스로 시장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안정 차원에서 정부의 부양대책과 보조를 맞춰 애국소비 운동을 전개한다든가 주가급락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국민들은 주식을 사주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행위들은 궁극적으로 전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도 한번쯤은 되새겨봐야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