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일 바그다드에 1천발이 넘는 크루즈미사일(토마호크 등)을 쏟아 부었다. 가공할 화력으로 이라크 지휘부를 압살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언론들은 이를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전략이라고 불렀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사흘만에 전 언론의 제목으로 등장한 이 전략은 워싱턴 국제전략연구소(CSIS) 연구원으로 있는 할란 울만이 제임스 웨이드와 함께 1996년에 쓴 책 '충격과 공포:급속한 장악'에서 따왔다. 이 전략은 막강한 화력으로 적에 결정적인 충격을 주고 공포감을 불러일으켜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전쟁론이다. 울만은 냉전 직후 국방예산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의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으로 이 작전을 제시했다. 1990년 1차 걸프전때처럼 무려 50만명의 연합군을 쿠웨이트로 집결시키는 더디고 비싼 방법 대신 단숨에 적을 괴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해답을 찾기위해 울만과 머리를 맞댄 장교는 10여명. 이들은 '순식간에 그리고 값싸게 적을 압도하는 전략'을 숙의했다. 울만 자신은 2차 대전당시 일본의 항복을 유도해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의 위력 정도는 돼야 적에게 충격과 공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부 장교들은 손자병법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군의 바그다드 폭격도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불릴 만큼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전기나 물 까지 끊어 주민들의 저항의지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울만의 주장은 이번 바그다드 폭격에서는 실현되지 않았다. 폭격와중에도 바그다드 시내의 가로등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참전용사이기도 한 그는 국립전쟁대학에서 당시 육군 대령이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가르쳤다. 파월은 압도적 무력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을 때만 전쟁을 할 수 있다는 '파월 독트린'을 만들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