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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데스크] 야만의 충돌과 전쟁랠리 .. 김영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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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성(砲聲)에 사라.'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 18일 오전(한국시간) 전 세계 증시에 긴급 타전된 투자지침이다. '전쟁을 알리는 대포 소리에 주식을 사서 종전 나팔에 팔라'는 게 그 핵심이다. 12년 전 걸프전 때도 그랬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과 런던증시 주가는 이날 승전의 축포를 미리 터뜨리 듯 4∼6%의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틀째인 21일 연합군이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는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또 한차례 급등했다. 소비자신뢰지수 급락,경상수지 악화와 같은 메가톤급 악재가 터져 나왔지만 월가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우리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둔화, SK글로벌 분식회계스캔들, 카드채 환매위기 등 굵직굵직한 악재는 이라크발 포성에 묻혀 버렸다. 주식투자자들은 전쟁이란 불행 덕분에 오랜만에 행복한 한 주를 보낸 셈이다. 국제금융시장은 분명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분위기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는 반전시위가 거세지고 있으나,국제 금융시장은 오히려 전쟁을 기다렸던 '선물'로 반기고 있다. 월가에 회자되는 '전쟁랠리'란 용어가 이를 말해 준다. 그동안 세계경제를 짓눌러온 불확실성이 전쟁발발로 상당분 해소됐으며,포탄의 공포는 그네들의 사정이란 것이다.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냉혹한 현실주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냉혹하기는 국익을 앞세운 각국 정부도 똑같다. 미국의 이라크공격을 석유확보 전쟁이라 부르는 게 그것이다. 전쟁을 주도한 미 백악관 매파들이 모두 에너지기업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우연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석유산업의 본산인 텍사스주 출신이다. 딕 체니 부통령은 유전개발 서비스회사인 핼리버튼을 운영했고,대외정책의 매파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형유조선 회사인 셰브론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라크전을 반대해온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도 평화의 수호자라며 찬양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들의 반전에는 1990년 이후 확보해온 이라크내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새뮤얼 헌팅턴이 지적했던 이슬람문화와 기독교문화간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국익과 힘을 앞세운 '야만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게 우려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공격하고,국민을 볼모로 한 사담 후세인이 수비를 하는 이번 전쟁양상이 단적인 예다. 특히 미국은 유엔을 등지고 전쟁을 강행해,지난 45년 형성된 다자간 안보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현실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미국의 행진을 막으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반전운동과 바그다드에 '인간띠'를 치고 있는 인도주의자들만의 힘으로 이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각국은 오히려 이라크전이 단기에 끝날 것인지,장기전으로 치달을 것인지를 분석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분주하다. 전쟁이 끝난 후 1천억달러로 추정되는 이라크 복구사업을 둘러싸고도 벌써부터 물밑경쟁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국익'이란 표현을 썼다. 북핵과 미군철수란 변수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호소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만큼 냉엄하다. 야만의 충돌을 비난하고 강자의 자의적 정의논리에 분노하기보다는 국익의 잣대를 시급히 갖다 대야 하는 게 우리가 처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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