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레이펑이 밥먹여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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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푸둥(浦東)의 최대 백화점인 바바이반(八伯伴) 정면에 한 군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렸다.
1962년 군 복무 중 순직한 레이펑(雷鋒)이 주인공.루쉰(魯迅)전람관에서도,푸단(復旦)대에서도 그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얼굴은 요즘 주요 관영신문에도 자주 등장한다.
상하이 뿐만이 아니다.
베이징 난징 선양 등 중국 전역에서 레이펑은 인기다.
심지어 인터넷(www.leifeng.com)에도 레이펑 사이트가 네티즌을 끌어들이고 있다.
레이펑은 22세의 꽃다운 나이로 죽기 직전 3년 간 군에 복무하면서 뜨거운 동료애와 인민을 위한 봉사정신,희생정신을 발휘한 젊은 군인.그의 선행은 사후 일기로 밝혀졌고,마오쩌둥은 이듬해 3월 그를 사회주의 모범 공산당원으로 살려냈다.
지난 60∼70년대 전국을 휩쓴 '레이펑 배우기(學習雷鋒)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잊혀져 가던 '레이펑'을 다시 살리려고 애쓰는 것은 퇴색하고 있는 사회주의 순수성을 회복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사회는 20년 넘게 추진된 개혁·개방으로 점점 자본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배금주의,나와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만연하고 있는 '자본주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레이펑을 다시 부른 것이다.
인민일보 문회보 등 중국 주요 신문들은 '레이펑은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에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라며 '레이펑 학습을 통해 사회주의 순수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상하이 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공산당이 하는 일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한 택시운전사는 "레이펑은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라며 "레이펑이 밥 먹여 주느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에게 레이펑은 40주년에 맞춰 백화점에 등장한 '상술 도구'에 불과했다.
'레이펑 운동'시작 40주년에 맞춰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레이펑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걷고 있는 중국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