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김승유 하나은행장.. 'SK수렁' 탈출 妙手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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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실기업 지원 때 번번이 빠져나가더니 이번에 제대로 걸렸어요. 김승유 행장이 어떻게 하는지 한 번 두고봅시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금융시장이 마비 일보직전으로 치닫고 있던 지난 11일.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처 방안을 묻는 기자들에게 "주채권은행(하나은행)에 물어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얼핏 들어도 뼈가 씹히는 말이었다.
"은행권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기은행 이익만 챙기더니 잘됐다"라는 냉소라고나 할까.
자신에 대한 당국의 이런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한듯 김 행장은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후 지난 2주일 동안 "전광석화"식으로 뒷 처리를 해가고 있다.
사태 직후 최태원 회장에게서 주식처분 위임장을 받아내는가 하면 채권단협의회도 개최하기 전에 자금관리단을 파견하는 등 과거 부실기업 처리 때에 비해 한결 신속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오버액션을 취하는 바람에 사태초기에 시장에 충격이 더 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투신사 등 제2금융권으로부터는 "은행들에게만 유리하게 공동관리안을 짰다"는 비난도 듣고 있다.
은행권 내에서의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하나은행은 과거 출자전환 주식을 매각할 때 다른 은행 몰래 일을 끝낸 뒤 오후 늦게서야 이를 통보해준 적이 있다"며 "우리 은행 담당자에게 "당신의 임무는 하나은행이 또 편법을 쓰는지 감시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 행장은 은행장으로 재직한 지난 6년간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단자회사에서 출발한 소규모 은행이었던 탓에 부실기업에 크게 물릴 일이 없었다.
하이닉스 등 대기업 부도로 은행권 전체가 휘청거릴 때는 얼마 안되는 부실채권을 팔아버리고 채권단에서 빠져나오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냈고 은행 구조조정 시즌에는 우량은행의 입지를 십분 발휘해 규모를 키우는 기회로 삼았다.
98년 충청은행,99년 보람은행을 합병한 데 이어 작년엔 서울은행까지 인수해 하나은행을 은행권 3위에 올려놓았다.
올해엔 자산규모를 1백조원대로 늘려 세계 1백대 은행에 진입하고 당기순이익은 1조원에 가까운 9천20억원을 내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그런 그에게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특히 지난해 하나.서울은행 합병때 풋백옵션을 포기했던 것은 뼈아픈 실수라는 얘기도 듣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의 채권 5천6백억원 중 3천3백56억원이 서울은행에서 넘어온 것인만큼 풋백옵션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실제 문제채권은 2천2백억원정도 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 주식 15%를 올해 안에 1만8천3백33원에 사주기로 한 약정도 "아킬레스 건"이다.
현 주가(21일 종가 1만2백50원)대로라면 주당 8천80원의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두문불출하며 SK글로벌 사태 해결에만 전념하고 있는 김 행장이 과연 언제쯤 "SK수렁"에서 벗어나 다시 여유를 찾을 수 있을지 은행권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