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4백여만가구중 4분의 1에 가까운 3백30여만가구가 정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통계청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온가족이 단칸방에서 사는 가구수가 1백20만가구나 되고, 특히 74만가구는 화장실이나 부엌조차 없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향후 주택정책은 주택공급 확대 못지 않게 주거수준 향상에도 신경을 써야 옳다. 가구수 대비 주택수 비율인 주택보급률이 지난해말에 1백%를 넘는 등 양적인 면에서 주택수급에 한숨 돌리게 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아직도 당분간은 주택공급 확대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게 우리 현실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국평균 주택보급률이 1백%를 넘었다고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80%대에 머물고 있으며, 자가주택 소유율이 60% 정도에 불과해 지금도 수많은 집없는 서민들이 집값 폭등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점에서 보면 정부가 앞으로 5년동안 해마다 50만가구씩 모두 2백5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해 주택보급률을 1백10% 선으로 끌어 올리는 내용의 주택공급계획을 세운 것도 당연하다. 선진국의 예를 봐도 집값이 안정되려면 주택보급률이 1백20% 이상은 돼야 하는 만큼 당분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공급을 꾸준히 늘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거환경 개선도 주택공급 확대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우리처럼 도시계획이 잘 짜여 있지 못하고, 수도권 과밀현상이 심각한 경우엔 더욱 그렇다. 정부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금부터 지역별 계층별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장기임대주택의 경우 재고율이 선진국 수준인 10∼20%에 비해 크게 부족한 3.4%에 불과한데다,저소득층이 감당하기엔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극빈층에 대한 주거보조금 지급금액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예산상의 제약이 있는데다 집값 안정이 안돼 정책수립에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주거환경 개선에 신경쓰지 않으면 조만간 큰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농촌지역엔 주택개량자금의 저리융자,도심 슬럼가는 재개발과 임대주택 공급에 각각 역점을 두되 생활보호대상자 등 극빈층 바로 위 차상위 계층인 저소득층을 위해 전용면적 등을 차별화한 장기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 등 보다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