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개전 5일째를 맞아 사상자가 속출하자 국제적으로 반전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전쟁의 비극과 세계 질서의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 …반전 매체로 꼽히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밥 허버트는 23일 '보통 사람들의 전쟁(War Is Personal)'이라는 제목의 글로 전쟁의 비극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을 계획한 권력자들이 승리도 거머쥘 것"이라면서 "그러나 전쟁은 가족과 떨어져 죽음의 공포와 맞서 싸우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치러지며 희생자도 그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지는 '우리가 폭격하는 동안 그들(이라크인)은 고통받고 있다(We bomb,They suffer)'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전쟁으로 인한 이라크 민간인들의 피해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베이징천바오 청년보 등 중국 주요 언론은 연일 이라크 전쟁 소식을 1면 기사로 전하면서 전쟁의 부당성과 폐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관영 영문 일간지 차이나데일리는 24일자 사설에서 "이라크 전쟁으로 정의로운 세계질서가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고 "무엇이 정의와 국제법의 질서를 세계에 되돌려줄 수 있을까"라고 개탄했다. 신화통신은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23일 전화통화를 갖고 이라크전의 즉각적 중단을 공동 촉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랑왕 소후닷컴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은 전문가 의견을 인용,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신문인 리베라시옹은 쿠웨이트 특파원발 르포 기사를 통해 쿠웨이트내 반프랑스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 91년 이라크의 침공을 받은 쿠웨이트로서는 대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프랑스가 불만이라는 것이다. 리베라시옹은 "쿠웨이트 지성인들과 언론들은 '프랑스가 이라크 석유 이권에 눈이 멀어 이라크내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프랑스를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도 미국의 이라크 해법에 부정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무력 사용에 강력히 반대해온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정당하지 못한 전쟁'이라며 강한 톤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아사히는 사설에서 "미국은 이번 전쟁을 종교(십자군) 전쟁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며 "조기 종전을 위한 국제 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미국 지지는 옳은 선택이었다'는 사설로 전쟁의 불가피성을 간접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