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유한호 박사(경영학)는 "국내 경기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의 사업이 사사건건 발목이 잡힐 경우 향후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집행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곳곳에서 충돌하는 개발과 환경논리=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천성산·금정산 터널공사가 '환경논리와 개발논리' 충돌의 대표적 케이스.건설교통부는 터널 노선이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환경·종교단체는 터널을 뚫으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불교 수행 활동에도 방해를 받는다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양측은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재협의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한 차례도 공식적인 협의를 못했다. 부산경제가꾸기시민연대 박인호 의장은 "오는 2006년 부산 신항이 개항되면 물동량이 지금보다 8배 가량 늘어나 고속철도 조기 개통이 필수적"이라며 "고속철도 개통이 늦어질수록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의 꿈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반대측인 부산환경운동연합 김달수 사무국장은 "고속철도 건설 책임자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나봤지만 기존 노선이 최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이는 노 대통령의 '사업 백지화' 지시를 무색케 하는 것으로 이런 식이라면 건교부가 아닌 청와대와 직접 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강남 교통난 해소를 위해 1994년부터 추진해온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강서구 염창동∼강남구 일원동,34.8㎞)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는 이 도로가 안양천을 오염시키고 서울의 허파인 관악산과 우면산을 훼손시킨다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폭증하는 도심 교통량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공사 강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공사도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11개월째 중단돼 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줄다리기=건설 재원을 놓고 지자체와 중앙 정부가 다투는 바람에 차일피일 늦어지는 케이스로는 인천 송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해상 교량으로 잇는 제2연륙교 공사가 대표적이다. 3천억원에 달하는 연륙교 진입도로 건설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집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고양시 국제전시장도 중앙 정부와 경기도 고양시 간에 재정 분담과 운영 주체 등을 놓고 다툼이 길어지면서 사업추진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