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개혁'에 다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사정 속도 조절론'이 나왔지만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제도면에서 개혁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24일 첫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개혁과제를 시장 상황과 별개로 조속히 검토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인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과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여 금감위의 강도높은 '개혁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취임식에서는 "인수위 시절과는 (입장이) 다른 만큼 위원장을 잘 보좌하겠다"며 일단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금융사 계열분리 청구제, 금융사 계열주식 의결권 행사 제한 등 개혁 과제가 본격 추진되면 분명한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부위원장은 인수위원 시절 김진표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현 경제부총리)이 "집단소송제가 수용되면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힌데 대해 "(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제한 완화는) 교환 대상이 될 수 없고 재벌개혁의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도 강철규 위원장이 부임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 예외 규정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거센 개혁 폭풍을 예고했다.


그는 또 "일상적 경기변동을 이유로 시장개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금감위와 공정위의 시장 개혁이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자 새 정부의 '사정(司正) 속도 조절론'은 말 그대로 불안감 확산을 막기 위해 세무조사 등을 잠깐 뒤로 미루는 것일 뿐 '개혁 유보와는 무관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예측 가능하고 시장친화적인 개혁'을 표방해온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입지가 정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시장친화적인 수단으로 개혁을 추진하되 출자총액제한제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겠다"(14일 외신기자 간담회), "종전처럼 정부가 직접 지시하거나 간섭해 어떤 특정 재벌을 바꾼다든가 하는 식의 개혁은 없을 것"(23일 KBS TV 일요진단)이라고 말해 왔다.


강 위원장이나 이 부위원장 등 '개혁파'들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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