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국가들이 예상 외로 확고한 '반미동맹'을 구축, 조기에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미.영 연합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지난 24일 개전 후 처음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동,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고 미.영 연합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1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이라크나 다른 아랍국가의 통일과 영토적 통합을 해치는 어떠한 군사 행동에도 아랍국가는 참가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서 지난 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의 공격을 받았던 쿠웨이트만이 결의문 채택을 반대했다. 아랍국가들의 반미전선은 개전과 함께 가시화됐다. 걸프전 때 미국을 지원하며 다국적군에 가담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대부분 중동국가들이 태도를 1백80도 바꿨다. 특히 미국의 최대 우방으로 아랍권 종주국 역할을 맡고 있는 사우디는 개전 즉시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 미국에 충격을 주었다. 친미적이던 요르단도 개전 후 이라크를 형제국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시하고 나섰다. 특히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요르단 국민들이 이라크 형제들의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재 상황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반미 여론을 부채질했다. 이라크전쟁에 중립적인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 "이라크 전쟁이 오래갈지도 모른다"며 "아랍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80년대 이라크와 8년간에 걸친 전쟁을 벌였던 이슬람권의 매파인 이란은 자신들을 '악의 축'이라고 부른 미국에 대해 강경 입장을 천명하며 반미 동맹에 앞장서고 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은 다른 나라에 대한 간섭 정책이라고 공격했다. 중동국가들이 걸프전 때와는 달리 이처럼 반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91년 이후 중동지역 정세가 바뀌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중동지역에선 젊은이와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이슬람 원리주의'가 열병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이 지적한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간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랍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반미연대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