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2:24
수정2006.04.03 12:25
전직 조직폭력배가 은행 및 공기업 직원은 물론 국세청, 구청, 경찰 공무원 등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쳐 대형 쇼핑몰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각종 편의를 얻어낸 뒤 60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챙기려다 적발됐다.
서울지검 강력부(이삼 부장)는 2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N쇼핑몰(지상 14층.연면적 6천5백평) 개발사업을 주도한 폭력조직 S파 출신 노모씨(38.구속)와 노씨에게 41억원을 불법 대출해준 우리은행 전 지점장 김모씨(구속) 등 모두 25명을 적발, 이 중 8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서울 강동구청 직원 3명과 경찰관 7명, 국세청 직원 1명이 노씨로부터 쇼핑몰 설계 변경 허가와 관련한 편의를 봐주는 등의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으나 액수가 적어 형사처벌하지 않고 해당기관에 비위사실만 통보했다고 밝혔다.
◆ 사건 개요 =N쇼핑몰 사업주인 임모씨는 토지 소유주 박모씨와 함께 산업은행에 2백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1백40억원을 빌려 공사를 진행했으나 자금난을 겪게 됐다.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노씨는 '쇼핑몰 개발을 개발신탁에 맡길 경우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 조폭 출신임을 이용해 임씨로부터 사업권을 빼앗았다.
사업권을 빼앗은 노씨는 개발신탁 계약 체결을 위한 로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은행 수지 지점장에게 접근,4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뒤 41억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노씨는 그동안의 공사비로 20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산은 한국토지신탁 국세청 강동구청 경찰 등에 로비하는데 썼다.
검찰은 "부동산신탁을 이용해 쇼핑몰을 개발할 경우 사업자금을 신탁회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분양만 잘 되면 사업 시행자는 별다른 투자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노씨도 최소 60억원 이상의 예상 수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N쇼핑몰은 현재 30% 수준의 분양 실적을 보이고 있다.
◆ 로비스트 이용한 전방위 로비 =노씨가 사업권을 따내긴 했지만 사업의 성공 여부는 산은이 1백40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설정한 근저당권을 해지한 뒤 한국토지신탁과 개발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노씨는 이를 위해 1억7천만원을 주고 정권 실세와 친분이 있는 정모씨(지명수배)를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노씨는 정씨와 함께 전방위 로비를 벌여 산은에 2백억원어치 토지신탁수익권 증서를 발행해 주는 대가로 근저당권을 해지했고, 한국토지신탁과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결국 한국토지신탁 개발신탁총괄팀장 김모씨는 계약 체결 대가 등으로 1억8천8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산은은 "채권회수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토지신탁수익권을 담보로 잡고 근저당권을 해지했을 뿐 로비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 쇼핑몰 왜 문제인가 =검찰은 쇼핑몰 개발사업 구조가 투기적인 형태를 띠기 때문에 조직폭력배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뤄지는 쇼핑몰 개발사업 형태는 크게 두 가지.
우선 사업 시행자가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거쳐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선분양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추진되는 형태가 있다.
두번째는 부동산개발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 신탁회사의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형태다.
이 경우 사업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대금의 10∼20%만 계약금 조로 주면 신탁회사가 건축 및 분양업무까지 대행한다.
검찰은 두 형태 모두 사업 시행자가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 등을 미리 확보한 뒤 시행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분양만 잘 되면 사업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도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