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자 신뢰지수가 1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항공 소매 호텔관광 업계를 시작으로 경기둔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는 25일(현지시간) 3월 중 소비자 신뢰지수가 62.5로 지난 2월의 64.8보다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93년 10월 60.5를 나타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조사가 지난 18일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실시한 것이어서 전쟁 개시 이후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이날 "현재 미국기업의 21%가 직원들의 해외출장을 금지시켰으며 33%는 전쟁이 좀더 확산되면 출장금지를 고려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항공산업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지금까지 1백8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항공산업은 올해 63억달러의 추가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대형 항공사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매분기마다 40억달러 이상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고, 백악관은 이미 전쟁기간 동안 항공산업을 지원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항공산업과 함께 소매업체들도 큰 피해자다. 소매조사 연구기관인 쇼퍼트랙은 이날 "전쟁 발발 후인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소매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9% 줄었다"며 "국민들이 집에서 전쟁보도만 보고 외출을 삼가는 이른바 'CNN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형 백화점인 메이시와 블루밍데일의 모회사인 페더레이티드백화점은 이날 "전쟁 이후 급격한 소비 축소로 3월 중 매출 전망을 전년동기보다 3~4% 줄인다"고 발표했다. 시어스로벅과 JC페니 등 다른 백화점들도 "최근 들어 정상가격으로는 판매가 어렵고 50~70%까지 가격을 할인해야 겨우 물건이 팔리는 실정"이라며 판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호텔업체들도 급격한 고객 감소를 겪고 있다. 쉐라톤 세인트리지스 웨스틴 등의 호텔체인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우스호텔&리조트는 "어느 정도까지 매출이 감소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3월 매출 동향과 향후 수익전망 자료를 당분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컨퍼런스보드의 델로스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장기화로 CNN효과 또한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냉각되면 미국경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dong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