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시대의 핵심단말기 자리를 놓고 지난해 휴대폰에 도전장을 던졌던 PDA(개인휴대단말기)폰이 제1라운드에서 참패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정반대로 전화기능을 갖춘 PDA폰 판매대수는 지난해 20만대 수준에 그쳤다. 휴대폰 판매대수의 1.2%에 불과하다. 올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판매대수가 40만대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휴대폰과 자웅을 겨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승패가 완전히 판가름난 것은 아니다. PDA는 이제 휴대폰과 제2라운드를 준비중이다. ◆뜨지 못한 원인=가격 기술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일반인들이 선뜻 구입하기엔 가격이 만만찮다. 개인일정관리 용도에 머물던 PDA가 컬러로 바뀌고 전화기능이 덧붙여지면서 20만∼30만원선이던 가격이 7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제3세대 휴대폰보다도 10만원 이상 비싸다. 휴대성에서도 밀린다. 컬러 휴대폰은 무게가 평균 90∼1백g,크기가 50∼55㎜ 정도. 반면 PDA폰은 무게 1백80g,크기 70㎜로 휴대성이 떨어진다. 쓰임새도 빈약하다. 개인일정관리나 무선인터넷,메일관리,게임,e북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태부족이다. 기종에 따라 운영체제(OS)가 제각각이어서 서로 호환해 쓸 수 없는 것도 애플리케이션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IDC의 윤인선 연구원은 "성능과 기능에 걸맞은 애플리케이션 등 주변환경이 따라주지 못해 PDA가 제 값을 하지 못했고 이것이 흥행실패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현황=지난 96년 미국 3Com의 PDA '팜 파일럿'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98년부터 PDA가 본격 보급됐다. 국내업체로는 LG전자가 처음으로 '모빌리안'이라는 제품을 내놓았고 한때 60여개 업체들이 PDA개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현재 10여개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국내 PDA시장(일반 PDA 포함)은 싸이버뱅크 삼성전자 한국HP 제이텔 등의 '4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코오롱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1위 자리를 고수하던 제이텔을 전격 인수,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전망=업계는 올해 PDA폰 시장규모를 작년보다 2배 늘어난 40만대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들어 PDA폰 시장이 활기를 띤 점을 감안하면 올 시장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PDA시장에는 걸림돌이다. 윤 연구원은 "경기악화와 미국.이라크 전쟁 북핵사태 등 경기외적인 변수가 맞물려 있어 올해 PDA시장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PDA시장의 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싸이버뱅크의 조영선 사장은 "PDA가 데이터통신단말기로 제격"이라며 "데이터통신이 활성화되면 PDA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은 물론 KT 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업체들은 데이터통신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인 셈이다.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휴대폰과는 시장을 양분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컴퓨팅 기능을 겸비한 스마트폰이 일반 소비자시장에 파고들고,PDA는 모바일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데이터통신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단말기업계는 보고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