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이달 말로 예정된 상계관세 예비판정에서 하이닉스반도체는 물론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한국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인정,상계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부와 삼성측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하이닉스반도체에 30%가 넘는 고율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준비하는 등 미국과 EU가 한국 D램업체들에 대한 무차별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D램업체와 미국 마이크론,독일 인피니온 등 세계 D램업계 선발업체들간에 정부를 앞세운 통상전쟁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상계관세 부과 전망=미국 상무부는 오는 31일,EU는 내달 25일 예비판정에서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로 자국 업체인 마이크론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결정한 바 있어 미국 상무부는 이번 예비판정에서 상계관세 부과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삼성전자에 대한 합법적인 조세감면을 불법 보조금으로 몰아 상계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 혐의가 거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최종판정이 나올 때까지 각종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항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도 집행위원회가 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30∼35%의 상계관세 부과방안을 마련,회원국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대응책 강구=국내 반도체 업계의 지난해 D램 수출액은 59억7천만달러.이중 대미수출이 32%인 19억4천만달러에 달했다. 호황기였던 2000년에는 D램 전체 수출 1백4억달러 중 대미 수출이 41억달러,EU 수출이 22억달러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가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상계관세를 부과받더라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비중이 40%에 가까운 하이닉스반도체는 30% 이상의 상계관세를 부과받으면 직접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 정상화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다양한 우회 수출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미국법인의 파라드 타브리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우선 다른 반도체 생산업체들을 계약업체로 확보해 D램을 공급함으로써 유럽업체들에 대한 간접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미국 오리건주의 유진공장에서 생산한 D램을 미국 및 유럽지역 고객업체들에 공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닉스는 PC업체들의 동남아 현지법인 등을 통해 우회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피해는 있겠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면 결정적인 타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최종판정 때까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