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에서 미디어 스타는 단연 알자지라(Al-Jazeera)위성방송인 듯 하다. 알자지라는 이번 전쟁에서 거의 무제한적인 '현장접근권'을 보장받은데다 경쟁사인 미국의 CNN이 이라크 정부에 의해 바그다드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담화,포로가 된 미군병사들의 인터뷰 등 독점적인 화면들은 전쟁뉴스의 제왕이라는 CNN이 자존심을 꺾고 이를 받아 중계할 지경이다. 이 방송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9·11테러의 배후조종자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연설장면을 방송하면서 이미 그 진가를 발휘했었다. '아랍의 CNN'으로 떠오른 알자지라는 전쟁보도 외에도 아랍권에서는 정치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지난 96년 카타르 국왕인 알타니 일가가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수도 도하에 설립한 이 아랍어방송은,당시 문을 닫은 BBC 아랍방송국의 직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쉽게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해외 30여개국에 60명의 특파원을 두고 있으며 24시간 방송 중 3∼4시간 정도는 영어로 방송한다. 카타르 국내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랍어로 '섬'이라는 뜻을 가진 알자지라는 일방적으로 아랍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살폭탄테러범을 순교자라고 칭하면서 한편으론 금기시된 이슬람문화의 일부다처제,여성의 인권제한 등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아랍의 독재정부를 공개적으로 성토할 때는 쿠웨이트 등 몇몇 국가가 방송 중 전력을 끊기도 했다. 매주 정반대의 논지를 가진 지식인들을 초청해서 벌이는 '반대방향'이라는 정치토론은 가장 인기있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같은 파격적인 토크쇼와 프로그램편성으로 알자지라는 아랍 왕족들의 눈엣가시 꼴이어서 늘 적자라고 한다. 광고주들이 이들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타르정부는 연간 1억달러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알자지라가 전쟁보도로 그 성가를 급격히 높여가고는 있지만 경마식 보도에 대한 질책도 쏟아지고 있다. 이라크 입장에서 본 전쟁상황이 자칫 여론을 호도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