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2:26
수정2006.04.03 12:27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사의 사장은 최근 이집트 바이어를 방문했다가 말한마디 때문에 낭패를 봤다.
수출을 하려는 소프트웨어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오라클과 공동개발했다고 설명했다가 상담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상담도중 상대편 바이어가 갑자기 화를 내며 벌떡 일어서더니 '고 홈(Go Home)'이라고 외치더군요.
미국의 기술력을 왜 그리 자랑하느냐면서 말입니다" 이 회사 대표는 이라크전쟁이후 반미시위가 거세지는 카이로의 분위기를 새삼 느꼈다고 털어놨다.
중동지역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인들이 이라크전쟁이후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부품을 수출하는 또 다른 중소기업도 비슷한 케이스다.
요르단으로 3만달러어치 물품을 선적했는데 대금이 들어오지 않자 상대편 바이어에게 전화를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돈을 부쳐줄 수 없다고 하길래 당신네 나라 전쟁도 아닌데 왜 송금이 힘드냐고 물었더니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이런 와중에 왜그렇게 돈에만 신경쓰냐면서요"
한국의 대중동 총수출액은 지난해 65억달러로 그중 중소기업수출은 약 30억달러에 이른다.
아랍에미리트 이란 요르단 등지로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시계 신발 등을 수출하고 있다.
미주 유럽 동남아시아에 이어 틈새시장으로 개척된 중동시장은 이제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전쟁중에도 부산시와 부산신발업계는 4월중 레바논에 비즈니스센터를 여는 등 오히려 이 시장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아랍권 국가들과 무역을 해 온 국내 중소기업인들은 문화적 차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전으로 국군 파병문제가 불거지고 이슬람 국가에서 반전·반미 시위가 거세지면서 이런 문화적차이가 민감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중동지역 바이어와 상담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인들의 간절한 소망은 이라크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것 뿐이다.
문혜정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