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국론 분열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가 파병방침을 확정한 상황에서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정부의 파병방침에 반대하는 '반전성명'을 내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준비중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파병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단히 전략적이고도 현실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는 성명을 냈지만 파병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정부기관이 정부정책에 반기...파문확산 =인권위는 이날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가인권위는 유엔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전쟁에 반대하며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할 때 헌법에 명시된 반전 평화 인권 원칙을 준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는 공식의견서를 채택했다. 이에 앞서 인권위 직원 30여명은 인권위 홈페이지에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인류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세계인권선언에 위배된다고 판단돼 '인권'의 이름으로 이번 전쟁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출한 파병안에 대해 정부기관이 반대의견을 제출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집단행동 금지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에 정면으로 위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도 반전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침략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5조 규정을 근거로 다음주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키로 했다. ◆ 노 대통령, 설득 나서 =국론분열이 심화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반전여론 진화에 나섰다. 이라크전으로 내부 갈등이 증폭되면 경제발전이나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될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파병 결정은 명분이나 논리보다는 북핵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감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민주당의 내부진통으로 파병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 방침에 공무원이 반대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국론 분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