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개SW에 적극 투자를 .. 洪性秀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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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性秀 < 서울대 교수·전기컴퓨터공학 >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공개 소프트웨어를 활성화시키려는 일본정부의 노력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있다.
지난 3월 초 태국의 푸케트에서는 일본정부의 주도하에 아시아 각국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모여 공개 소프트웨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공개 소프트웨어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며 공동 개발을 포함한 협력을 다한다'는 취지의 푸케트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IT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일본과 밀접한 협력을 하면서도 경쟁적 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아주 제한적으로 정의한다면,공개 소프트웨어란 미국의 대표적인 해커인 리처드 스톨먼이 1984년 창시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공개 소프트웨어와 자유 소프트웨어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편의상 이를 무시한다).그는 '소프트웨어는 인류의 자산으로 소프트웨어의 자유로운 활용을 저해하는 독점권은 비윤리적이다'라고 주장하며,전세계에서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해 사용될 수 있는 유일한 운영체제인 리눅스가 바로 공개 소프트웨어다.
지난 20년 간 유럽과 미국은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에 많은 기여를 한 반면 아시아 각국은 일방적인 수혜자였다는 측면에서 일본정부의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
아시아의 일원인 우리도 보다 주도적으로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류의 지적 공유자산에 기여한다는 측면 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적 파급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국내 IT기업들이 전세계에서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다.
IT산업에서 경쟁력은 종종 표준화에서 오는데,공개 소프트웨어는 저렴한 비용 때문에 확산이 빠르며 실질적인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에 기여한 바가 적었던 우리는 리눅스와 같은 공개 소프트웨어 표준을 제정하는 데 영향력이 매우 약하다.
둘째, 향후 IT산업에서 필요한 해커급 프로그래머들을 보육할 수 있는 자생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은 근본적으로 비영리적인 활동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관련 기업들의 기부로 운영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천부적 소질을 가진 많은 청소년들이 상업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해커로 성장할 수 있다.
셋째, 국내 IT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직 전산화가 덜 진행되어 마이크로소프트에 덜 의존적인 중국은 비교적 자유롭게 리눅스 등의 공개 소프트웨어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공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럽게 향후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공동으로 노력해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미 리눅스협의회, 공개 소프트웨어 포럼 등의 협의체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공개 소프트웨어가 갖는 문화적 코드가 우리나라에서 잘못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자유) 소프트웨어'는 흔히 '무상(無償) 소프트웨어'로 인식되곤 한다.
이는 프리(free)라는 영어 단어가 '자유'와 '무료'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공개 소프트웨어 개발에 금전적 투자를 하는 당위성이 약화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공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외국에서는 이 비용이 공개 소프트웨어의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과 정부의 기여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의 공개 소프트웨어 활동은 위로부터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자유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해커 그룹의 협조와 도움을 이끌어 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공개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해야 하고, 그 문화적 코드를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서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실질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가 우리 IT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sshong@redwood.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