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탁 쿵쿵 탁..." 서울 중구 한남2동에 자리잡은 글렌 휘스트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사장(52)의 단독주택에서는 거의 매일 드럼 소리가 난다. 휘스트 사장의 퇴근 시간은 대개 오후 6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로 향한다. 와이셔츠도 갈아입지 않은채 거실 한 가운데 있는 4백50만원짜리 드럼 앞에 앉는다. 정원 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스틱으로 10~20분간 드럼을 치다보면 어느새 '무아지경'에 빠진다. 평소에도 물론 드럼을 친다. 그러나 시간이 다르다. 저녁식사를 한뒤 스틱을 잡는다. 휘스트 사장이 드럼과 '친구'가 되지 않는 날은 손으로 꼽을만하다. 거의 매일 1시간씩 연주한다. 지난 1월 홍콩에서 한국으로 부임할 때도 '재산 1호'인 드럼부터 챙겼다고 한다. "드럼은 연주가 꽤 복잡한 악기입니다. 실제로 두 팔과 두 다리를 동시에 제각각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드럼을 치는 동안은 어떤 다른 것도 동시에 할 수 없습니다. 오직 드럼에만 몰두하게 되죠. 기타나 피아노는 연주하면서 노래도 부를수 도 있지만 드럼은 다릅니다." 호주에서 태어난 휘스트 사장은 5세 때 부모님이 댄스클럽에서 춤추는 동안 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연주자를 구경하면서 드럼과 인연을 맺었다. "드럼은 제 마음과 정신을 아주 건강하게 해줍니다. 드럼을 연주하다보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근심도 사라져 버리니까요. 덕분에 어머니나 직장 동료들에게 늘 기분 좋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휘스트 사장은 날씬한 체격은 아니지만 건강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그가 병원을 찾아간 것은 단 한번. "최근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했어요. 그런데 수치가 너무 낮게 나와 의사가 재검사하자고 하더군요. 다시 받았지만 여전히 낮게 나왔죠." 균형 잡힌 식사도 휘스트 사장의 빼놓을 수 없는 건강 비결의 하나. 호주산 육류 및 축산물의 마케팅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에서 간부로 몸담고 있는 까닭에 1주일에 4회 가량은 쇠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먹는다. 특히 "사람들은 지나치게 육체적인 건강만 좇는 경향이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건강"이라고 덧붙인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