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에 戰雲 .. 오비 "정상탈환" 하이트 "어림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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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
맥주시장의 양대 산맥인 두 회사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비맥주가 지난 24일 '타도, 하이트'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데 대해 하이트맥주가 정면에서 맞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올해 안에 1위 탈환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고 하이트는 오비맥주의 반격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주류업계 최대 라이벌인 두 회사간 '2003 맥주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오비맥주의 원한
오비맥주는 1996년 8월16일을 잊지 못한다.
하이트가 나온 지 불과 3년 만에 44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내준 날이다.
오비맥주는 그 이후 추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한때 70%까지 치솟았던 시장점유율이 96년 41.7%, 97년 38.7%, 98년 35.4%, 99년 34.6%, 2000년 31%로 급락했다.
오비맥주는 이런 혼란 속에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52년 두산이 기린맥주를 불하받아 오리엔트 브루어리(OB.동양맥주)로 출발한지 46년 만인 지난 98년 인터브루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오비맥주는 추락을 막기 위해 2001년 3월 진로로부터 카스맥주를 인수했다.
이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2001년말 45.4%로 상승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2년말 점유율은 다시 43.5%로 떨어졌다.
거액을 투자하고도 라이벌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56.5%)을 따라잡는데 실패했다.
◆ 오비맥주의 선전포고
오비맥주는 작년초부터 판세를 뒤집기 위해 비상대책 수립에 착수했다.
이런 계획이 구체화된 것이 지난 24일 조선호텔에서 발표한 '타도, 하이트' 선전포고이다.
오비 경영진은 신제품 발표회를 겸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1위 탈환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발표회에는 성기백 부회장과 한기선 부사장(영업), 김준영 부사장(마케팅), 송태영 부사장(생산) 등 한국인 경영진이 모두 나섰다.
오비는 우선 하이트 타도를 위해 개발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오비맥주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이 신제품의 이름은 전통 브랜드인 'OB'.
다음달 2일부터 전국에 뿌려질 예정이다.
성기백 부회장은 "쓴맛이 덜하고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다"며 "맥주의 주소비층인 20,30대 젊은층에게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자평했다.
오비는 'OB'를 위해 '오비라거' 생산을 중단할 만큼 'OB'에 사활을 걸었다.
오비는 'OB'를 지원하기 위한 마케팅 예산으로 5백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 예산은 2백20억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1백35%나 늘어난 규모이다.
◆ 하이트의 반응과 대응책
하이트맥주는 오비 전략 탐문에 나섰다.
영업팀과 마케팅팀은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오비의 신제품 이름이 'OB'라는데 대해 한숨을 돌리는 듯한 분위기다.
'OB'는 이미 흘러간 브랜드의 대명사여서 눈길을 끌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선미와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김명규 영업담당 전무는 "오비가 전국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것 같다"며 "우리는 오비의 전략을 항목별로 분석해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트는 오비가 광고 공세를 펼치면 똑같은 물량으로 대응키로 계획을 세웠다.
하이트는 오비가 지난 17일 강원도 보광피닉스파크에서 단합대회를 가진 점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1천8백명의 직원들이 '1위 탈환을 위하여'라는 기치를 내걸고 하이트와의 일전불사를 외쳤기 때문이다.
광고 공세보다 직원들의 의지가 더 무섭다는 얘기다.
오비맥주가 1996년 8월16일의 치욕을 되갚아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