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 공동선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라." 대규모 회계부정이 들통난 엔론사태 이후 기업의 윤리경영에 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E 가튼 학장은 이렇게 주장한다. 기업이 차세대에도 사회의 주역으로 살아남으려면 직원, 고객, 납품업자, 지역사회 등 자신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의 이익을 초월해 전 사회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기업이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생존할 수 있을까. 가튼 학장은 '부의 혁명'(강남규 옮김, 참솔, 1먼6천원)에서 그 가능성과 이유를 설명한다. 원제가 '부의 정치학-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새로운 어젠다'인 이 책은 9.11 테러와 엔론사태 이후 크게 달라진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자들이 고민해야 할 새로운 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갤럽이 지난해 7∼9월 세계 47개국 3만4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자.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이 조사에서 신뢰도 1위는 군대, 2위는 비정부기구(NGO)였던 반면 불신의 1순위는 의회, 2위는 국내 대기업, 3위는 다국적 기업이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던 기업과 기업인들을 이토록 불신하게 만든 건 주가 폭락을 불러왔던 엔론사태다. 또한 2001년의 9.11 테러는 '미국은 안전하다'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때문에 앞으로의 세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곳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한다. 단기실적과 수익만을 좇던 데서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공공의 이익, 공동선을 우선시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새로운 상황인식과 판단기준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엔론사태와 9.11 테러는 기본전략을 수정하고 국가의 발전방향을 바꿔야 하는 '전략적인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인들은 경제적인 이익 외에 어떤 의제들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과 경영자들의 신뢰회복이며 탐욕과 불법.편법이 난무하는 시장이 아니라 법규와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을 구축하는 일도 리더들의 고민거리다. 또한 경영자들은 세계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해야 하며 시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문한다. 사회안전망의 유지.강화와 교역과 투자 확대의 모멘텀 유지도 기업인들이 등한시할 수 없는 주제들이다. 부시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서도 비즈니스 리더들이 나서서 비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경제와 외교의 커다란 함수관계를 감안할 때 '적 아니면 동지'라는 편가르기식의 외교는 위험하다는 것. 저자는 특히 복잡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하며 이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