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뤄진 정보통신부의 청와대 업무보고는 통신서비스 중심이었던 국민의 정부 시절 정보통신 정책 무게 중심이 신산업 육성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지원정책도 창업보다는 될성부른 우수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정통부의 이같은 산업 육성 드라이브 정책은 산업자원부와의 갈등을 더욱 크게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업무 보고에서 정통부가 들고나온 인터넷 실명제 실시는 앞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 산자부와 충돌 예상 진대제 장관은 이날 보고에서 지능형로봇 반도체 등 9개 품목을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장관은 취임 이후 "한국경제가 10년 후 먹고살 수 있는 새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그 결과가 바로 9개 품목 집중 육성이다. IT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책도 크게 달라졌다. 무차별적인 육성보다는 유망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과 기업간 협업시스템 구축, 핵심기술 개발 지원 등을 통해 투자 대비 성과를 높일 계획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통부는 이런 방침에 따라 정보화촉진기금과 3천억원 규모로 설정된 IT투자펀드의 투자 대상을 재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산업육성책은 산자부나 과학기술부와 상당부분 중복돼 있어 업무 혼선이나 투자 비효율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지능형로봇이나 디지털TV, 반도체, 영상 디스플레이 등은 산자부나 과기부에서도 이미 중점 육성하겠다고 밝힌 품목들이다. ◆ '뜨거운 감자' 인터넷 실명제 이번 보고에는 찬반 양론이 팽팽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포함됐다. 인터넷 실명제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인터넷 포털이나 정부기관 등의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입력, 실명 확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실명 확인은 신용정보회사가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게시자가 입력한 신원정보를 대조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정통부는 고발 등의 경우엔 비실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명예훼손이나 인신공격, 루머 확산 등 인터넷 역기능을 막으려면 실명제가 필요하다"며 "공공기관부터 실시한 다음 민간 게시판은 여론 수렴 후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실명제가 자유롭게 게시판에 글을 쓸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를 잠재적 범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 조지아주가 정부기관에 이메일을 전송할 때 실명을 사용토록 하는 법률을 지난 96년 제정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 IMT-2000 서비스 연기 실시 시기를 두고 논란이 돼왔던 IMT-2000 상용서비스는 서울의 경우 연내, 전국 지역은 2006년 말 이후에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수요 전망이 불투명하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서비스 시기 연기를 주장해온 반면 통신장비업체들은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서울지역 상용서비스를 위한 망 구축에만도 3천억∼5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해 사업자들이 예정대로 실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현철.김남국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