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이 피를 흘리고 있고 어린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민간인 사상이 별로 없다니요?" 연일 미.영 연합군의 공습으로 쑥대밭이 된 바그다드에서 한국계 기업의 현지 직원으로 일하는 타리크 샤리프(36)는 "며칠 전 집 근처 시장에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 스무명이 죽은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샤리프는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마치 이라크가 금방 함락될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알라신과 유구한 이라크인의 역사를 걸고 우리가 미국에게 항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이라크인들은 결사항전 의지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증명해 주듯이 대량살상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미국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첨단무기로 벌집 쑤시듯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샤리프는 미국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들의 생활은 크게 동요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피로 물든 바그다드를 보며 시민들은 슬픔과 분노에 절규하지만 대부분 자기의 일터를 지키면서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전과 비교해 보면 지금 제 삶은 80% 정도가 정상이에요. 정상적으로 회사에 가고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갑니다. 어제 저녁에는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외식도 했어요." 샤리프는 "이라크 국민들은 전쟁에 이골이 나 있어 공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려워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 곳 사람은 너무나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무서운 것도 현실(real life)이 되면 두려움을 잊게 된다"며 "미사일이 머리 위로 날아가고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진동하는 데도 우리 가족들은 평상시처럼 잠을 잔다"고 덧붙였다. "결국 신께서 정의를 심판해 주실 겁니다." 지금 바그다드를 향해 거세게 불고 있는 모래폭풍도 알라신이 보낸 '신의 바람(God wind)'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샤리프. 그는 전화를 끊으며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삶은 계속 될 거니까요(We don't fear the war. Life should go on)."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