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기업 자금경색중 특히 두드러진 현상은 카드사들의 자금난이다. 올들어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적자폭이 커지자 카드사가 발행한 회사채(카드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려는 금융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SK사태' 이후에는 투신사들이 카드채 매입을 '사실상 중단'함에 따라 카드업계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태다. ◆ 카드사 얼마 빌렸나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총 85조5천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중 투신권이 카드채, 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해 빌려준 돈은 총 25조5천억원에 이른다. 은행의 채권액은 23조원, 보험 11조원, 연기금 8조원, 해외ABS 4조원, 기타(개인 등) 14조원으로 집계됐다. ◆ 자금 조달 막혔다 SK사태 이후 카드채는 금융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투신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카드채를 팔아치우려 하지만 매수세는 실종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유동성 위기 징후'까지 보이고 있다. LG 삼성 등 자산 30조원 규모의 대형 카드사들이 매월 상환해야 하는 돈은 각각 2조원. 현재 이들이 확보한 여유 자금이 각각 2조∼4조원씩임을 감안한다면 올 상반기까지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카드채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카드채 금리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카드채(AA) 평균금리는 지난 26일 6.9%를 기록, 지난 3일(5.39%)에 비해 1.5%포인트나 치솟았다. ◆ 문제는 투신권의 만기 연장 카드업계 자금 담당자들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투신권의 카드채 만기 연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최근 SK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신권의 '무차별적인 상환요청'이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최근 카드사 자금담당 임원회의를 열어 이르면 내주께 투신권의 카드채 롤오버를 위한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