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법조계에는 '6호 이혼시대'라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민법 제840조는 이혼사유로 6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중 5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 사회통념상의 명백한 이유이며, 6호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이다. 심한 낭비벽, 인터넷 중독,까닭없는 성행위 거부, 신앙차이 등이 6호에 해당되는데 '6호 이혼'은 바로 이를 빗댄 말이다. 이같은 시대조류에 따라 법원이 이혼사유를 종전보다 폭넓게 채택하면서 이혼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으나, 결혼당사자들의 의식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헤어진 부부들은 부끄러워 이웃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고 부모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가졌었다. 그래서 독신으로 살기를 고집했고 재혼을 한다 해도 오랜 기간을 기다려 마지못해 하는게 예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얘기가 전혀 달라졌다. 이혼과 재혼을 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2002년 혼인.이혼 통계결과'를 보면 이혼건수는 10년만에 3배가 증가했다. 통계로만 보면 OECD 국가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혼연령이 높아지고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도 10년 전에 비해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혼도 늘어나 혼인 10쌍중 1쌍은 남녀 모두가 재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있는 이혼이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하는 시발점인 것도 사실이다. 고통과 배신감, 상실감이라는 갈등 속에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고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비 등이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흥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이혼도 마치 생활의 일부인 양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서둘러서 하는 결혼은 서서히 후회하고, 설움의 끝은 이혼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잘된 결혼은 날개를 달고 잘못된 결혼은 평생 족쇄라고 하는데 이런 점에서 결혼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