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에 대한 경영권 매각 입찰이 무산됨에 따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표류할 위기에 빠졌다. 이라크 전쟁 발발로 국내외 경제여건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터에 정부 핵심 인사들이 기간산업 민영화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산업자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대부분 민영화 회의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왜 무산됐나 당초 입찰 참여를 추진했던 4개 회사중 포스코는 "이라크전쟁 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러워 응찰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SK는 분식회계 사태 이후 그룹의 현금 확보가 시급한 데다 향후 전력산업 환경이 불확실하고 남동발전 실사 결과 목표 수익률(10% 이상)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입찰에 불참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사인 한국종합에너지도 비슷한 이유로 응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선(先) 상장, 후(後) 민영화' 산자부는 입찰 불발에도 불구하고 발전회사의 책임 경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당초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이후 남동발전을 매각한 뒤 나머지 4개 화력발전회사도 차례로 경영권을 판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악화된 경제여건을 고려, 당분간 재입찰을 실시하지 않는 대신 소수 지분(10∼20%)에 대한 증시 상장과 발전회사 민영화 펀드 조성을 통해 소유 구조를 분산시키고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보완장치를 먼저 마련키로 했다. ◆ 민영화 가능할까 산자부의 민영화 방침과 달리 새 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향후 민영화 추진 일정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핵심 인사들은 "민영화에 따른 경제력 집중과 노사관계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선행되지 않은 채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반대론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고 소유구조 분산 등 보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남동발전 매각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이 경우 배전(전력 도매) 분할과 가스 도입.도매부문 경쟁체제 도입 등 에너지산업 전반의 구조개편이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