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불경기 등으로 자가용 승용차 운행이 감소한데 이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까지 움츠러들고 있다. 28일 오전 11시30분께 목동아파트 8단지. 평소 같으면 주차장이 거의 비어 있을 시간이지만 요즘은 주차공간의 70% 정도가 꽉 찬다. 아파트 경비실 직원은 "차를 놔두고 지하철이나 통근버스로 출근하는 주민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아침 출근 때마다 치러야 하는 자가용 '밀고 빼내기'도 예전보다 확 줄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주부 허소영씨(30)는 "기름값 때문에 남편과 함께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갈 때를 빼곤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가용 운행이 줄면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어나야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조병완 기획과장은 "이라크 전쟁 이전인 지난 2월달의 서울 시내버스 이용객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루 3백86만3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천명 늘어나는데 그쳤다"면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용객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조 과장은 경기가 워낙 나빠 아예 외출을 하지 않고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서울지하철공사 권오철 영업계획팀장은 "지하철 이용객이 작년 이맘 때의 하루 평균 4백30만명선을 밑돌고 있다"며 "특히 낮에는 텅빈 느낌이 들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만 14년째인 모범택시 운전사 길순례씨(45.여)는 "강남역 종로 등 번화가는 밤 12시에도 막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같은 시간대라도 교통 체증이 거의 없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차량 운행이 더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고속버스의 경우 승객 감소가 더욱 눈에 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고속버스 승객은 시외버스 노선이 고속버스 노선과 비슷해지면서 해마다 감소 추세지만 올 3월까지 이용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15% 가량 줄면서 감소폭이 커졌다"고 전했다. 주용석.홍성원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