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쪽 국경을 통과한 지정확히 20시간 만에 200km 이상을 진입했다. 기자가 속한 미군 제101공중강습사단(AAD) 제1전투여단(BCT)은 국경을 통과하자 기수를 북서쪽으로 잡고 바그다드를 향해 거침없이 진군하고 있다. 도중에 매복징후가 두차례 있어 비상이 걸리기도 했지만 교전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라크 남서부에서 바그다드 쪽으로 향하는 간선도로는 이미 미군의 보급로로 장악된 듯 싶었다. 이 곳이 이라크 영토이고 전쟁이 터진 땅이라고는 하지만 이라크영토를 지나온 27일 낮부터 28일 오전까지(현지시간) 가깝게 포성이 들리거나 교전음이 전해오는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특별한 느낌이 없는 사막이 계속 이어지고있다. 쿠웨이트 북서부와 비슷한 지형의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다른 점이라곤 군데군데 민가와 양떼, 길 잃은 개들이 간혹 눈에 띈다는 점 뿐이었다. 작은 유정 3곳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도 도중에 보였다. 지난 26일 저녁 6시30분. 쿠웨이트 북서부 카발사막을 출발했을 때만 해도 금방 이라크로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국경을 따라 동쪽으로 18시간을 이동해서야 겨우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당초 계획과 달리 기자가 속한 병력은 개전이전 유엔쿠웨이트-이라크 평화유지군(유니콤)이 주둔해 있던 압달리 검문소를 통과해 국경을넘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쿠웨이트 북서부에서 직진할 수 있었지만 중간에 작전이바뀌어 총 3일 간의 긴 여정이 계획됐다고 전방지원대대 지휘관 드웨인 갬블 중령은기자에게 설명했다. 마침내 국경을 통과하는 순간 병사들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그전까지 험비안에서 요란하게 비스킷을 먹던 대위 스위프트, 하사 메이어, 상병 벤 수퍼는 일제히 총을 차창 밖으로 내걸고 경계 자세를 취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매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쿠웨이트쪽 마지막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자 나타난 이라크 땅은 을씨년스러울 만큼 고요했다. 차안에서는 숨가쁘게 무전이 계속되고 있고 차는 그전까지 시속 10km 정도의 거북이 걸음에서 벗어나 쏜살같이 내달렸다. 쿠웨이트쪽 압달리 하이웨이에서 이어진 듯한 이라크 쪽 도로의 노면 사정은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먼지 자욱한 사막길이 아닌 3차선 포장도로로 30여분을 들어서자 두 개의 도로 표지판이 나왔다. 아랍어로 위에 쓰인 글씨 아래 왼쪽 편에는 바그다드, 오른 쪽 편에는 바스라.움카스르 라고 쓰인 영어 표시가 뚜렷이 보였다. 차량행렬(컨보이)는 거침없이 핸들을 왼쪽으로 꺾고 바그다드쪽으로 내달렸다. 남루한 차림의 이라크 민간인 몇몇이 도로 변에 멀리 떨어져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미군인줄 알면서도 어떤 적대감이 두려움 같은 표정은 없었다. 기자가 탄 차는 중간에 P턴을 해서 서쪽으로 가다 다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그다드까지는 500km가 넘는 먼 길이라고 대위 스위프트는 설명했다. 국경에서 약 40km를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차량행렬이 멈춰섰다. 사방엔 쥐죽은 듯 고요함이 흘렀다. 병사들은 일제히 차에서 뛰어내려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다.앞쪽 장갑차에 탄 병사 10여명이 M240 중화기와 로켓포를 들고 양 옆으로 뛰어가는모습이 보였다. 10여간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더니 `노 앰부시(매복), `올 클리어'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차량 행렬은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앞차에 타고 있던 대위 보나피스는 "여기는 쿠웨이트가 아니다. 진짜 이라크 땅이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외쳐댔다. 컨보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그다드 쪽으로 계속 진군했다. 100km를 넘어선지점에서 다시 한복 매복 징후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별일은 없었다. 차량행렬은 밤을 새워 달렸다. 속도계는 시속 20km를 넘지 않았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천천히 가야만 만일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마도 앞서가는 차량이 무전으로 뒤쪽에 상황을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전체 1천여대에 가까운 행렬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컨보이가 이라크 국경에서 북서쪽으로 200Km 이상 떨어진 CSC 켄워스 임시 주유기지에 도착한 것은 밤을 꼬박 새우고 난 28일 오전 8시. 정확히 20시간이 걸렸다. 모든 차량이 주유를 하고 병사들은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화생방복과 방탄조끼를 벗지 않았다. 이 곳은 이라크 땅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남서부 사막=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