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의 거센 저항으로 바그다드를 향한 미.영연합군의 진격이 주춤한 가운데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이 28일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며 연합군의 전략적 오류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유력지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오판했기 때문에 바그다드 진격이 늦어지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로인해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해설기사에서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인들을 잘못 판단해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군이 바그다드주변의 시가전을 선택할 것이라는 판단을 너무 확신한 나머지 그들이 나시리야나 나자프, 사마와 등의 남부 도시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신문은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미 국방부가 전쟁 발발전 충분한 병력을 현지에 파병하지 못한 점도 전쟁이 난관에 봉착한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그의 보좌진들이 최첨단 무기에만 너무 의존해 `작고 기동성있는 군대'만을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사설에서 "전쟁 발발이후 지난 1주일간 우리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라크 군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군은 공격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반면 이라크군은 민간인들을 위협해 미군에 대한 공격에 나서게 하거나 위장 또는 매복, 지연전략 등 괴상한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도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들이 사담 후세인의 군대가 얼마나 강력히 저항할 것인지를 잘못 예측했다고 비판했다. 타임스는 영국 정부내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연합군이 수일내에 바그다드에 진격하고 후세인에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봉기나 정권내부의 쿠데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이는 정보기관들의 잘못된 예측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 대해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미국이 이라크군의 저항을 잘못 예상했던 것이 아니라 위장투항후 사격하거나 병원 옥상에 대공포를 설치하는 등의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이라크군의 의지를 잘못 예상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은 신속하고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던 적이 없다면서 연합군의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우리가 훌륭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결과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윌리엄 월레스 미 육군 제5군단장은 지난 27일 "보급선이 길어지고 적의 저항이 완강해 바그다드 진격이 더뎌지고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전쟁이 크게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미군이 이라크군의 전투력을 과소 평가한 채 전쟁에 돌입했음을 시사했었다. (워싱턴.런던 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